최초의 전국 여기자대회가 기자협회와 언론재단 공동주최로 12, 13일 이틀간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기자협회 여성특별위원회와 전국
지회 소속 70여 명의 여기자들은 장명수 한국일보 사장 등 선배들과 함께 언론사
내 여기자의 지위와 리더십 개발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한편 서로의
경험과 대처 노하우를 나눴다. 기자들은 "여기자가 입사부터 정년까지 단계마다
부딪히는 어려움을 공동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았다. 또 ▷최근
'언론장악 문건' 파문으로 추락한 언론인의 위상과 윤리의식을 복구하는 데
여성의 자질과 덕목을 적극 발휘하고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여성 에너지를
전파하고 융합하는 구심점이 될 것을 다짐했다.
장명수 한국일보 사장은 여기자들의 위상과 리더십 개발 방안의 제1 명제로
'기자로서의 원칙'을 역설했다. 장 사장은 "기자의 힘은 기사"라며 "기자로서
좋은 평판은 여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후배들이 자신을
밀어주게 된 것도 군사정권 때 적어도 군사정권에 무릎 꿇는 글은 쓰지 않았다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장 사장은 덧붙였다.
장 사장은 편집국 소수 집단인 여기자로서 느낀 회한을 토로하기도 했다. 입사
초기 능력 있는 기자라고 칭찬하던 선배들도 막상 차장, 국장 승진 추천 땐
'여자는 아직 이르다'며 밀어주지 않던 이야기, 부국장 시절 남자 후배가
편집국장으로 승진하자 한 선배가 '이제 네가 비켜야 새 국장이 편하게 일한다'고
말했던 이야기들을 담담히 털어놓으며 장 사장은 여자 후배들에게 '버텨라,
버티고 봐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남자 기자들은 혹시 실수하더라도 선후배가
끌어주고 밀어줘 재기하지만 여자 기자들은 한번 추락하면 끝인 만큼 더욱 철저히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며 기자로서의 정신 무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미경 무소속 국회의원은 '따로 더불어' 전략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여성차별
문제는 사회 변동과 연계해서 봐야 한다"며 "별도 조직에서 여성 리더를 키우고
운동은 전체 기자조직 차원에서 함께벌여나가는전략이 주효하다"고 제안했다.
이성남 금융감독원 검사총괄실장은 '틈새시장' 개발을 제안했다. 이 실장은
"지연, 학연, 혈연 등 남자들의 기존 강점이 이제는 없어져야 할 나쁜 관행으로
질타 받고 있는 만큼 그런 관계가 없는 여자들이 조직 내에서 틈새시장을 개발할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또 "기자 사회가 선진적인 줄 알았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뜻밖에 여성의 지위가 열악해 놀랐다"며 "사회 전체의 수준보다
언론사 내 여성의 지위가 낮다는 것은 여기자 개개인의 의지 부족도 한 원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조성부 기자협회 회장은 "기자협회는 남녀의 구분이 없지만 언론사 내에
그런 시각이 엄존하고 있다"며 "여기자의 위상을 제대로 정립하기 위해 여기자들
공동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기자협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전국여기자대회를 정례화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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