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해직언론인법 언론개혁 첫걸음

언론사 대표들의 제정촉구 답변을 환영한다

고승우 한겨레신문 부국장,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총무



중앙 언론사 대표이사 대부분이 80년해직언론인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하다. 80년 언론인 해직과 관련이 있는 언론사 대표들의 이런 태도 표명은 해직사태이후 19년만에 처음이라는 점에서 변화된 시대상황을 실감케 한다.



'언론대책 문건 사건'으로 언론이 낯을 들수 없을 정도의 참혹한 지경에서 언론사들이 뒤집혔던 언론의 역사를 바로잡는데 동의한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기도 하다. 시대적 과제인 언론개혁의 실마리가 무엇인지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이 시대 최후의 성역으로 지탄 받아온 언론 개혁은 언론의 역사를 바로잡는 80년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개혁이란 역사적 의미가 규정된 사항을 생산적으로 종결시켜, 모두가 그를 바탕으로 더높은 차원의 상황개선으로 발돋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남이 하면 나도 따라하겠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는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시쳇말로 누군가 총대를 메지않으면 안된다.



국민의 정부 출범이후 과거를 청산하고 역사의 정의를 세우자는 다수의 법률안이 하나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여야 격돌로 비롯된 정국 파행과 함께 관련 당사자들의 직무유기성 눈치보기에서 비롯된 점도 크다할 것이다. 국회는 이같은 점을 잘 헤아려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언론대책 문건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언론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당면과제 인 것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만약 우리 언론이 스스로 개혁했더라면, 그래서 언론은 정의의 편이다라는 공신력을 확보했다면, 우리 정국은 문건 하나로 이처럼 뒤끓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의 언론시장도 개방된다는 점에서 서구언론에게는 낯선 법률적 제약을 설정하는 등의 인위적 조치를 통한 언론개혁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즉 시장 논리에따른 언론 개혁만이 거의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80년 해직언론인 문제 해결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기존 언론사의 자율적 개혁을 촉구하는 가장 강력한 표상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직시하면 문제 해결의 길이 보이는 법이다. 80년 해직언론인 문제에 대한 답변을 피하는 언론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답변을 해온 언론사의 경우도 자율적인 문제해결의의지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로 미루어볼 때 언론 스스로 개혁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숲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을지 모른다. 여기에서 언론 개혁의 첫걸음은 80년해직언론인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하는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의 절박성이 거듭 확인되는 것이다.



오늘날 언론은 해방이후 가장 보장된 양질의 언론 환경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변화된 시대상황에 걸맞는 언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제 더늦기 전에 언론을 바로잡는 일에 박차를 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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