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인사 발탁으로 외압시비 단속
중앙 금창태 사장 취임.. '향후 지면제작·인사 지켜볼 것' 비대위 평가 유보
중앙일보 비상경영체제가 홍석현 회장-금창태 사장 체제로 정비됐다. 홍 회장은 대주주로서 소유권은 유지하되 경영일선에선 물러났다는 것이 중앙일보 설명이다. 반면 비상대책위는 이번 인사에 대해 아직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향후 지면제작과 후속인사 등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발행인 금 사장- 편집인 이제훈 부사장 체제 역시 홍 회장이 만들어낸 구도다. 금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주총 당일인 26일 오전 홍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업무책임을 위임받았다"면서 "앞으로 신문제작은 편집인이, 판매·광고 등 영업 일반은 송필호 전무가 맡을 것이며 사장은 업무 총괄과 대외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장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인사 자체는 사내에서도 대부분 주총 당일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단행됐으며 일단 내부 인사가 선임됐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발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홍 회장은 주총을 앞둔 23일 비대위에 내부인사 선임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회장 역시 인사를 둘러싼 안팎의 민감한 반응을 고려해볼 때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사장 인사에 대한 공식 논평을 아직 유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현욱 비대위원장은 "이번 인사는 여전히 외압 의혹이 온존하는 상황에서 내려진 홍 회장의 결정이라고 본다"며 당분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대위는 "애초 우리의 활동은 중앙일보 지면을 외압에서 지켜야 한다는 목적에서 출발했고 그같은 맥락에서 경영권·인사권 침해 기도를 경계해 왔던 것"이라며 "일단 내부인사 발탁이라는 점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금 사장 역시 이런 부분들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를 통해서도 "회사가 비정상 상태에서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며 "무엇보다 내부 결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총 당일 비대위와 만난 자리에서도 "정상의 신문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지면제작에 관여하지도 않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 자리에서 "앞으로 예정된 간부 인사에서 외압 시비 등 구설에 오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금주 중 국장급 이상 간부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금 사장은 28일 경 홍 회장과 후속인사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그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신임편집국장으로 최철주 중앙방송 대표이사가 유력하다. 최 이사는 광주 출신으로 70년 중앙일보 보도국에 입사, 중앙경제신문을 거쳤으며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 사장실장, 일본총국장 등을 역임했다.
한편 언론계에서는 이번 중앙일보 인사에 대해 청와대와 모종의 밀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반응은 일단 홍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고문으로 물러나 있던 금 사장은 친 삼성 인사로 분류됐던 인물이라는 점 등에서 비롯된다. 여전히 거래의 흔적이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가 금 사장 체제 이후 이같은 의혹을 불식시키고 어떤 태세를 갖춰나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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