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운동으로 승화시키자'

언론계 '문건' 사태 자성 확산.. 시민단체 적극적 요구

평기자부터 주필에 이르기까지 기자들의 참회록이 지면과 화면에 속출하는 가운데 이번 '언론 문건' 사태를 언론 자정 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언론계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한 신문사 편집국장은 "언론계 내부에서 자율 정화 운동을 펼쳐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 전체 기자들이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신문사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제대로 얼굴을 들지 못할 상황"이라며 "기자가 곧 정치인이고 권력이 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중앙일보사에서 문일현 기자를 즉각 징계, 파면했어야 옳다"며 "개별사를 떠나 전 언론계, 전체 기자의 망신"이라고 지적했다.



MBC의 한 부장은 "기자-정치인 관계가 지연, 학연 등의 친분 관계로 유착된 게 사실이다. 정치인은 호의적인 기사를 원하고 기자는 그걸 발판 삼아 온 구습은 청산돼야 한다. 기자 퇴직 후 수 년 간은 정계 진출을 자제하는 등의 새로운 언론 관행을 각 언론사 윤리강령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한 기자도 "상당수 기자들이 권력에 편입하기 위해 기자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기자들은 이번 사태의 출발점을 취재원과 계파별로 친분을 맺는 정치부 취재 방식에서 찾기도 했다. 그래서 한 기자는 "정치판이 계파별로 분리된 상황에서 기자들의 윤리 제고만으로 현 언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단순히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 대다수 기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어떻게 해서든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언론사 노조위원장은 이같은 문제가 일부 기자들의 정치지향적 속성에서 비롯되었다며 기자 개개인의 각성을 촉구하였다.



문화일보의 한 기자는 기자 언론 윤리를 제고하기 위해서 언론사의 조직적 뒷받침을 강조하였다. "이같은 사태는 공보위 등 감시 견제 기능이 약화되어 빚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신찬균 편집국장은 "기자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원로 언론인들이 모임을 갖고 방향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언론계 전체의 공통 대응을 촉구했다.



대응의 단위는 갖가지지만 언론 윤리의 제고를 위해 대대적인 자정 운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시민단체들도언론계의자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언론개혁시민연대(상임대표 김중배·언개연)는 지난 29일 <권언유착의 단절과 언론 윤리의 확립이 시급하다>는 성명에서 "언론인들이 스스로 언론 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대대적인 자정 운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였다. 언개연은 이러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언론개혁을 논의할 언론발전위원회를 하루 빨리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지난 30일 <사실 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고 언론계 자정운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을 우리 언론계가 언론 윤리를 다시금 회복할 수 있는 전면적인 자정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먼저 언론계 내부의 자정 운동이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기자협회는 지난 29일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언론 문건 사태를 논의하고 기자 윤리를 바로잡기 위해 ▷취재원과의 모든 유착 관계를 배제하고 ▷기협 윤리위원회를 활성화해 기자 윤리의 확립에 앞장서는 등 5개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100여 명의 기협 임원들은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자 윤리가 갈수록 훼손되는 현실을 반성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으로 자정 운동을 전개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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