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기무사 장성 병무비리 의혹

기무요원도'보도 공감' 전화로 격려, 7일간 연속보도에 국방부 마침내 전담 수사팀 공식 발족

이기성 SBS 사회부 기자



10월 10일 SBS 8시 뉴스의 톱 리포트는 조용히 끝나가던 일요일 밤을 벌집 쑤신 듯 뒤흔들어 놓았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세상이 바뀌었지만 군 안팎에서 여전히 무소불위의 성역으로 간주되던 기무사의 장성 관련 병무 비리 의혹이 SBS 뉴스를 통해 정면으로 제기된 것이다.



국방부는 입장 정리가 제대로 안돼 이랬다 저랬다 우왕좌왕했고 기무사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10월12일 장성 5명이 명예훼손으로 SBS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확보한 자료를 타사에 공개할 수 없었던 SBS가 흑(黑)을 백(白)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기무사와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잘못된 제보로 이기성 기자가 똥바가지를 뒤집어 쓴 것 같다"라는 음해 반, 걱정 반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지만 SBS는 흔들림 없이 10일부터 16일까지 7일 동안 8시 뉴스를 통해 하루 평균 3꼭지씩 톱 단락으로 기무사 병무 비리 리포트를 내보냈다. 근 석 달 동안 추적해 왔던 취재 내용을 8시 뉴스를 통해 봇물처럼 쏟아냈다.



상관의 병무 비리 심부름을 했던 기무요원과 군의관, 수사관들의 다양한 증언이 담긴 리포트가 나갈 때마다 시청자들한테서 지지와 격려가 이어졌다. 이 기사로 혹시 군의 사기를 해치는 부작용이 있을까도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육, 해, 공 각군의 젊은 장교들은 오히려 기무사의 횡포와 불법행위를 과감히 지적한 SBS의 용기에 음으로 양으로 박수를 보내왔다. 심지어는 현직 기무요원이 감청당할까봐 공중전화로 전화한다며 SBS의 보도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고백까지 해올 정도였다.



국정감사에서도 기무사 장성 병무 비리 연루와 은폐 의혹이 핫 이슈로 등장했다. 국방부는 마침내 10월18일 기무사 병무 비리 전담 수사팀을 공식 발족시키고 의혹이 제기된 기무사 관련 장성 2명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무릎을 꿇었다.



기무사 장성은 물론 자칫하면 묻힐뻔 했던 기무사 영관급 장교를 포함한 22명에 대한 수사 재개는 SBS 보도가 일궈낸 조그만 성과지만 정작 힘든 싸움은 이제부터라고 생각한다. 국방부 병무 비리 전담 수사팀이 과연 한 점 의혹도 없이 이 문제를 정확히 수사해 결과를 발표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까닭이다.



SBS가 기무사 병무 비리 의혹을 파고들었던 이유는 기무사의 주장대로 기무사를터무니없이음해하려는 의도가 결코 아니다. 이들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만 된다면 이들에게 병무 비리를 청탁했던 부도덕한 사회 고위층인사들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이고 이는 곧 공개될 ‘병역 실명제’의 성패와도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국회에 계류중인 ‘내부 고발자 보호법’이 하루 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첫 리포트가 나가기 2,3일 전부터 매일 새벽 서너 시가 돼야 겨우 귀가할 수 있었고 야근하고도 쉬지 못하는 피곤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기자로서 보람을 느꼈다. 기무사 병무 비리 의혹 리포트가 계속 힘있게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독려해 준 보도국장과 사회부장, 차장 데스크 이하 사회부 후배 기자들에게 감사한다.


이기성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