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 13일 방영된 KBS 미디어포커스 ‘한국언론의 빅브라더-미국’편이 고 김상만 사장이 주최한 ‘덕소모임’, 동아일보 복간과정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특별취재팀을 꾸려 반박기사를 내보내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포커스는 해방이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언론의 친미성향을 보여주면서 한 사례로 ‘덕소별장 모임’을 소개했다. 71년 6월 김상만 동아일보 사장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덕소모임에는 윌리엄 포터 미대사, 이후락 중앙정보부장, 야당의 김대중씨, 김영삼씨, 이철승씨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포커스는 당시 포터 대사가 미 국무부에 보낸 비밀문건 ‘선거 후 파티, 또는 신문발행인이 살아남는 지름길’을 공개하면서 이 모임에 대해 “일선기자들이 권력에 맞서 투쟁하고 있을 때 신문사 사주는 권력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뒤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미국에 대해 “핵심권력자와 여야정치인들까지 한자리에 불러모을 수 있는 막후 실력자이자 언론사 사주들의 후견인”이라고 묘사했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지난 22, 23일자 지면을 통해 “독재정권 하에서 시련을 겪었던 동아일보가 오히려 그 시절 미대사관을 통해 정부에 음성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부당하게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포터 대사의 비밀전문 중 동아일보에 대한 긍정적 평가, 권력과의 갈등으로 인한 동아일보의 곤경, 예상되는 탄압에 대한 발행인의 우려를 소개하지 않은 것은 ‘자의적인 생략’이라고 지적했다. 또 덕소모임에 참석했던 이동욱 전 동아일보 주필, 김영삼 전 대통령, 이철승씨와의 인터뷰를 차례로 싣고 “정치권 화해를 위한 초당적 모임을 미 편향으로 모함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 24일자는 또 미디어포커스가 “광복 직후 경성일보 노조가 친일언론(동아, 조선) 복간에 협조할 수 없다고 했다는 보도는 사실 왜곡”이라며 “인쇄 협조 거부 이유는 친일이 아니라 광복 직후 좌파가 서울 인쇄시설 노조를 장악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임채청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은 “미디어포커스는 과거를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역사적 사실을 임의로 발췌해 기획의도에 맞추려 했다”며 “사실 왜곡을 방치할 수 없어 특별취재팀을 꾸렸다”고 말했다. 또 “보도라는 게 시한, 범위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며 “KBS와 관련해 문제가 있으면 더 보도할 수있다”고 덧붙였다. 심규선 경영총괄팀장은 “명예훼손에 따른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것을 전제로 검토 중”이라며 “빠르면 연내 법적대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련보도를 한 미디어포커스 김용진 기자는 “프로그램 취지가 70년대 동아일보 상황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었고 언론에 대한 미국의 막후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덕소모임 관련) A4 9장짜리 보고서를 전부 소개할 수는 없었다. 사실을 왜곡했다는 동아일보 주장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24일자 보도에 대해서도 “동아, 조선이 미군정의 종용으로 매일신보 경성일보의 인쇄시설을 이용해 복간된 사실을 통해 미국의 언론통제 의도를 보여주려 했는데 동아는 해방 당시 좌우 문제를 부각했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또 “후속보도나 맞대응 여부는 추이를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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