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법조비리항소심 '1명 무죄, 3명 유죄'
법원,원심 파기 일부 무죄 선고…언론 비판감시 기능 폭넓게 인정
대전법조비리 보도로 1심에서 징역 4~8개월을 선고받았던 대전MBC 전현직 기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이 원심을 파기하고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법원이 언론의 비판감시기능을 폭넓게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판부(대전지법 형사항소1부)는 지난 5일 선고공판에서 김지훈 기자에게는 무죄를 선고하는 한편 나머지 기자들에게는 각각 500~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 보도로 이종기 변호사의 명예가 훼손되고 그 변호사 업무에 지장이 초래된 점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도 △공소사실 일부가 무죄로 판단되고 △비방목적이 부정된 점 △이 사건 보도로 법조계의 잘못된 관행과 비리를 고발하려는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 점 △언론이 수행하는 감시와 비판 기능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벌금형을 선택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1999년 1월 7일자 보도와 관련 “이 변호사가 경찰관등으로부터 사건의 피의자를 소개받고 알선료를 지급한 사실로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보도 내용이 과장되었을지언정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보도내용에 대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검은 고리’, ‘검은 돈’ 등의 어휘가 사용되기는 했으나 이는 법조계의 사건 수임 등을 둘러싼 비리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임사건의 90% 이상을 제 뜻대로 요리했다' `대전지역 판?검사들이 이 변호사와 어떤 형태로든 뒷거래를 한 것으로 짐작된다'는 1999년 1월 9일자 보도와 관련해서는 “사건 수사 결과 대전 지역 판?검사 일부가 이 변호사로부터 떡값, 전별금 등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있으나, 사건이 부당하게 처리된 예는 없는 것으로 밝혀진 점을 볼 때, 보도 내용은 허위”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대전지역 판사 또는 검사들을 취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의혹 제기를 위한 보도 의욕이 앞서 무리하게 보도를 강행했다”며 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수사권한이 없는 언론이 진위를 확인하는데는 많은 제약이 따르고, 보도내용이 법조계의 전관예우를 고발하려는 주제로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1심에서 인정된‘비방목적’ 부분은 부정했다.
이번 사건보도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덕원 부장은 “1심 재판부와는 달리 언론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면서도 “판사들에 대한 향응, 소개비 부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강 부장은 “어떤 변호사가 판사에게 떡값, 향응, 전별금을 줬다면 그것이 관행이라고 하더라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 부장 등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기자 3명은 판결에 불복, 상고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 6월 1심 판결에서 대전MBC기자 4명에 대해 법정구속과 집행유예, 사회봉사명령 등 유죄판결이 내려지자 “언론의 고발기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며 언론시민단체가 공동대책위를 구성했으며, 국회 법사위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등 비판여론이 확산된 바 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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