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정치권 외압으로 인해 MBC 토론프로그램 참여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이 나와 방송가가 또다시 외압 시비에 휘말렸다.



중앙일보 조현욱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MBC '정운영의 100분 토론-무엇이 언론개혁인가' 생방송 진행 중 연결된 전화에서 "토론자로 나온 신기남 국민회의 의원이 압력을 넣어 자신을 토론자에서 뺐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비대위는 이날 낸 특보에서 "MBC가 토론회 당일인 21일 오후 3시 갑자기 비대위원장의 출연 취소를 통보했다"며 "신 의원측이 박지원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중앙일보 사태가 방송에 다뤄짐으로써 표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당론에 따라 1부 주제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불참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MBC측에서 설명했다"고 밝혔다. 또 신 의원의 불참 통보에 따라 제작진은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을 배제하고 조 비대위원장과 손석춘 한겨레 여론매체부장, 장기표 신문명연구소장을 참여시켜 1부 토론을 살리기로 했으나 이마저도 방송사 고위층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비대위 특보에 따르면 조 비대위원장은 이 프로에서 정권의 언론탄압 증거를 제시하고 한겨레 보도태도의 편파성에 대해서도 지적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신기남 국민회의 의원실은 "압력을 넣은 것은 아니다. 정치인 입장에서 토론 조건이 공정치 못하거나 불리하면 나가지 않을 권리도 있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 의원측은 "애초 MBC의 섭외를 받았을 때는 언론개혁 토론회라고 해서 흔쾌히 승낙했는데 수요일 경 언론보도와 방송 큐시트를 받아보니 아는 바와 달리 1부 주제가 중앙일보 사태였다"며 "처음 제시조건과도 다른데다 토론자로 중앙일보측만 나오고 정부측은 나오지 않아 불공정하다고 생각해 당일 3시 경 불참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또 "MBC가 오후 5시께 전화해 중앙일보 비대위원장이 안 나오게 하겠다. 중앙일보 관련 토론도 짧게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고진 MBC 보도본부장은 "외압차원을 떠나 내부에서 먼저 '토론의 공방에 공격수만 있고 방어수는 없어 역불공정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은 또 "원래 주요주제는 언론개혁이었고 중앙일보 사태는 그것을 말하기 위한 실마리였다"고 말했다.



반면 중앙일보 비대위는 22일 "애초 MBC에서 섭외가 들어왔던 18일 당시 박종웅의원과신기남 의원이 패널로 정해져 있었으며 주제도 중앙일보 사태와 언론개혁 문제가 선정된 것으로 통보 받았다"면서 실제로 토론회 시간의 절반 이상이 중앙일보 문제에 할애됐음을 지적했다. 비대위는 "이같은 파행 배경에는 권력의 개입과 권력에 순응적인 방송사의 체질이 작용했다"며 "과연 공영방송으로서 걸맞는 진행이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겨레는 23일 관련기사에서 "중앙일보가 22일치 사회면에 'MBC 토론 파행&' 기사를 실으면서 토론회에서 중앙일보 주장에 비판적 발언을 한 손석춘 한겨레 부장을 겨냥해 '참석 여부가 몇 번 번복되다 출연했다. 손 부장 참석도 석연찮아' 등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김상철·이경숙 기자


김상철/이경숙의 전체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