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본 미디어 세상]관행으로 본 언론의 문제점과 개선안
한국 언론을 지배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주? 정권? 광고주? 아니면 기자? 경중의 차이는 있으나 모두 틀린 답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람 중심으로 접근하다 보면 잊기 쉬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관행’이다.
관행이란 “(뉴스 생산) 작업이 진행되는 순간들을 구성하는 기자들의 습관화한 행동 방식을 가리킨다.” 관행은 사람이 만들지만 일단 형성된 관행은 사람의 행동을 틀 짓는다. 언론의 관행에는 어느 사회에나 두루 적용되는 보편적 관행이 있다. 객관 보도가 대표적 예다. 보편적 관행에 더해 사회마다 고유한 관행이 있다. 기자는 바로 이 관행에 따라 일상의 현장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한다. 그러므로 관행을 보면 그 사회 언론의 특징과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고, 또 이를 토대로 개선 방향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언론은 전문직이면서도 명문화되거나 강제력을 가진 행동 방식이 없기 때문에 관행에 의존하는 바가 특히 크다.
<한국 저널리즘 관행 연구>(이재경 저, 나남출판)는 한국 언론의 관행들을 통해 언론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일상의 취재와 제작 현장에서 고정틀로 굳어진 한국적 기사 쓰기 관행, 인상적 취재 관행과 지면 편집 관행 등의 특성과 한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한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 신문 1면 기사의 취재원은 평균 1.75개로 미국 신문의 10.0개에 비해 턱없이 적다. 이러한 현실은 한국 기자가 문제를 일방적으로 접근하여 기사화 함으로써 수용자의 인식을 편향되게 유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빈번한 오보 또한 취재원에 대한 철저하지 못한 자세와 연관된다. 한국 언론은 특종에 집착하여 취재가 충분하지 않거나 완전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기사화하곤 한다. 한국 언론의 많은 오보는 우연적이거나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이러한 관행에 따른 구적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신문의 선정성도 심각하다. 한국 신문의 선정주의는 사건기사와 사진 보도는 물론이고 정치기사에까지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상업주의에서 비롯된 선정성은 “기자나 편집자의 주관이나 단정, 상상력 등이 기사의 흐름을 주도”하게 만들어 불철저한 취재 및 기사 작성으로 이어진다.
선정성은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텔레비전 뉴스는 시청률에 집착해 채널이 돌아갈 시간이면 자극적이고선정적 아이템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들이 관행으로 정착하여 기자들의 몸에 배었다는 점이다. 기자들의 일상 활동을 지배하는 것은 사주도 법과 제도도 아니라 관행이다. 그러므로 소유 구조나 법과 제도가 바뀌어도 뉴스를 직접 만드는 기자들의 의식과 행태가 바람직하지 못한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한국 언론의 본질은 늘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이 책은 한국 기자들이 너무 익숙하여 느끼지 어려운 부분들을 거울처럼 비춰주어 깨닫게 하고 있다. 전직 기자인 저자는 이 깨달음이 한국 언론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원락 전 기자협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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