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수사가 재계로 확산되자 일부 언론이 기업활동 위축, 경제악화 등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며 검찰 수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일 검찰이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소환조사하자 언론은 20일자 1면 머릿기사 등으로 이 소식을 전하면서 대선자금 수사로 증시가 폭락했고, 대기업들의 투자가 마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릿기사로 ‘총수 출금만으로 외국 투자 등돌려/ 대기업 투자 마비 조짐’을 올리고 “모처럼 회복세를 타고 있는 세계 경제의 호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 우려된다”고 경제위기를 부각시켰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도 1면에 그룹총수 소환 사실과 함께 ‘금융시장 충격…주가 29P 폭락’(동아), ‘주가 29P 폭락…금융시장 동요’(조선) 등 주가 폭락과 “기업수사 빨리 끝내달라”(동아, 조선)는 강신호 전경련 회장대행의 발언을 나란히 편집했다. 이해당사자인 전경련 회장이 검찰총장을 찾아가 사실상 압력을 행사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지만 이에 대한 지적은 찾기 어려웠다. 대한매일이 사설을 통해 ‘전경련 회장의 부적절한 검찰 방문’이라고 지적한 정도다.
특히 경제지의 경우 이같은 경향이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매일경제의 경우 강 회장대행의 발언을 1면 머릿기사로 올리고 “기업수사 끌수록 경제 악영향”이라고 보도했으며, 서울경제는 1면 머릿기사로 “비자금수사가 증시를 강타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경제는 24일자에 주요그룹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선자금 수사 확대 땐 내년 기업투자 악영향”이라고 의제화 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경제는 21일자 사설 ‘대기업 압박수사 도가 지나치다’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큰짐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언론보도와는 달리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등은 21. 23. 24일 잇따라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전망을 내 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 서울경제는 22일자 1면 머릿기사로 ‘경기회복 가시권에 진입’이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주가와 관련해서도 LG투자증권 대우증권 등 주요증권사들은 검찰의 대기업 비자금 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주가가 1000선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주가하락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 역시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영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은“언론이 경제를 볼모로 재벌총수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식의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오히려 이번 비자금 수사로 기업투명성이 확보되면 대외신인도가 높아지고 주가도 올라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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