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에서의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새언론포럼’(회장 정기평)은 지난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무거운 질문을 던졌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현 상황에서의 언론의 역할’이란 주제발표에서 현 시대를 ‘대전환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도 노무현 정부에 대해서는 “스타일의 변화는 있으되 내용적으로는 공허하다”고 진단했다. 또 언론상황과 관련해서는 “인터넷 매체의 등장과 메트로, 데일리포커스, am7 등 무료일간지의 등장으로 언론 주체가 다양화됐다”면서 “전통적 의미의 기자와 제도언론이 언론을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조중동이 사설을 쓰면 곧 여론이 됐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는 것. 박 대표는 “지난 대선이 이를 증명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도 “언론에 대한 자본의 지배력은 현저하게 강화됐다”고 진단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조중동이 걸핏하면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고 있으나 언론이 무서워하는 것은 ‘정권의 탄압’이 아니라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전환의 시대, 언론환경의 변화 속에서 언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박 대표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역사적 안목’의 중요성과 함께 “정치권의 말 한마디를 중계보도하고 있는 동안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작 중요한 일들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며 “사회현실에 대한 심층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언론비평은 언론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며 “입장에 따른 비판보다는 보편적 기준(언론의 전문성)에 의한 비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최홍운 대한매일 논설실장은 “전체적으로 우리 언론이 대전환의 시대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여론의 왜곡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모 KBS이사도 “인터넷 매체가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면이 있으나 아직 여론을 주도적으로 끌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며 “40대 중반 이후 일반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직 3대 신문사와 방송사”라고 밝혔다. 이 이사는 또 “이 시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인의 소명의식이 필요한데, 요즘 입사하는 언론인의 몇%가 이런 생각을 하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손석희 MBC부장은무료지의 등장과 관련 “친자본 친기업적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사실 이같은 현상은 다른 신문 방송도 마찬가지”라며 “좌, 우, 중도로 갈린 신문시장의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는 덜 이데올로기적인 무료지의 등장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최창섭 서강대 신방과 교수는 “언론은 서로 달라야 한다”며 “오히려 획일적 사고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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