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소감/취재보도

CBS /재벌과 은행 서로 짜고 부당 내부거래, 공정위 국익 이유로 덮기 바빠

재벌과 은행이 결탁하게 된 동기는 간단하다. 시중은행들이 IMF와 합의한 BIS기준 8%를 달성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던 지난해, 은행은 재벌그룹의 도움으로 BIS기준을 달성하고, 재벌은 은행을 이용해 계열사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보도가 나가고 이틀 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랴부랴 출입기자 간단회를 열어, 해당 재벌이 삼성이고, 시중은행은 삼성의 주거래처인 한빛은행 등 3곳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또, 5대 재벌그룹별로 한두 가지씩의 부당 내부거래 유형을 예로 들며 친절하게 설명까지 덧붙였다.



보도 당일만 해도 조사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몇몇 언론사엔 자제를 요청했던 공정위가 왜 태도를 바꿨는지 궁금하다.



보도 전까지 공정위는 재벌과 시중은행의 상호 결탁을 적발해 놓고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취재 확인 단계에서 공정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재벌그룹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BIS 기준을 인위적으로 높였다는 사실이 부각될 경우, 혹시라도 외국에서 문제삼아 국익에 손상이 갈지 모르니 보도를 꼭 할 것인지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달라”고 밝혔다.



보도가 된 뒤 타 언론사들이 기사를 받아 재벌과 은행의 결탁 사실이 좀 더 널리 세상에 알려졌지만, 공정위가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보도가 되지 않았다면, 재벌과 시중은행이 결탁해 부당한 거래를 해 왔다는 사실은 어쩌면 국익우선이라는 논리에 밀려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번 보도의 의미를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 점을 들고 싶다.



윤석제 CBS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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