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투병 파병' 기정사실화
일부 언론 경제실익 검증없이 '국익도움' 보도하기도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국내 논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나 일부 언론은 파병예정지로 알려진 모술 지역에 대한 위험정도나 파병으로 인한 경제실익에 대한 명확한 검증도 없이 파병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또 파병 부대의 성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투병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며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하자 조선, 동아, 중앙, 국민 등은 “추가 파병 결정은 잘한 일”(중앙) “‘종합부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은 고무적”(동아), “한미동맹 관계 유지”(조선), “정부의 결정이 올바른 판단”(국민)이라며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정작 파병으로 인한 경제적 실익에 대한 명확한 검증 등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경제적 영향과 관련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복구사업 기대 반, 반한감정 걱정 반’, ‘복구시장 기대, 반한감정 걱정’이라고 보도했을 뿐이다. 파병예정지로 알려진 모술 지역에 대한 위험정도와 관련해서도 동아일보는 오히려 “점차 안정 찾아…교정상황 없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미 전후 복구 알짜 독식, 낙과 줍는 하청 그칠 듯’, ‘북핵 가시적 성과 큰 기대 못해’라며 경제적, 외교적 실익에 대해 회의적 평가를 내렸다. 모술지역의 상황과 관련해서도 ‘쿠르드 족-수니파 갈등 시한폭탄’이라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파병 자체에 대해서도 한겨레와 경향은 “유엔 결의가 파병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한겨레는 “파병 결정을 철회할 것”을, 경향신문은 “전투병 파병보다는 의료·공병부대의 지원이 적합하다”고 주장해 차이를 보였다.
특히 파병부대의 성격과 관련 정부는 “파병부대의 성격, 형태, 규모, 시기 등은 향후 국내 여론 등을 감안해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지난 18일과 20일 1면에 ‘전투병 사실상 확정’, ‘내년 1, 2월께 이라크 북부 모술 전투병 파견’이라는 제목으로 파병부대의 성격을 ‘전투병’으로 기정사실화 했다. 또 파병부대의 규모와 관련해서도 한국, 중앙 등이 ‘5000∼6000명’, ‘5000명선 검토’라고 보도한 것과는 달리 동아일보는 ‘한국형 사단 최대 1만명 검토’라고보도했으며, 조선일보는 ‘6000∼1만명 파병 검토’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동아일보는 20일자 3면에 5단 기사로 ‘군 “안전 위해 1개 사단 병력 필요”’라고 보도하면서 대규모 파병을 부추기기도 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 “일부에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전투부대를 보내라고 주장하지만, 전투력과 규모가 클수록 위험한 임무를 맡는 것이 군사 상식”이라고 반박해 눈길을 끌었다.
또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위험수당이 월 200만∼300만원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장교들은 경력관리 좋아 지원 많을 듯”(조선), ‘이라크 파병 “저요저요” 문의쇄도 경쟁률 3대 1 넘을 듯’(동아)이라며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부각시키기도 했다.
반면 이들 신문은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으로 시민·사회단체가 격렬하게 반발하는 한편 정치권 내에서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등 찬반논쟁이 확산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20일자 5면 하단에 ‘시민단체의 엇갈린 반응’으로 보도했으며, 동아일보는 20일자 사회면에 1단으로 ‘파병 또 찬반대립’이라고 간략히 보도하는 데 그쳤다. 이와는 달리 한겨레와 경향은 같은 날 1면 머릿기사로 각각 ‘이라크 파병 논란 확산’, ‘파병 결정 찬반 논란 확산’이라고 보도해 차이를 보였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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