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 당당하게 크레디트 달기

지난 9월 18일 중앙일보 사람 면에는 이색적인 기사가 하나 실렸다. 1998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과 이혼한 뒤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왔던 여성듀오 ‘펄 시스터즈’ 출신의 배인순씨가 재기를 선언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기사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기사 밑에 붙은 ‘연합=홍제성 기자’라는 ‘바이라인’은 눈길을 끌고도 남았다.

물론 자사 지면에 연합 기자 이름을 단 전례는 그 전에도 있었다. 한국일보 등 일부 신문이 사진기사에 연합기자 이름을 단 적이 있고, 내일신문이 창간 이래 연합 기사는 연합 기자 이름으로 보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같은 모습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중앙 일간지에서는 낮선 풍경인 게 사실이다.

중앙일보 담당부장은 “일반 스트레이트 기사나 보도자료를 보고 쓴 기사가 아니라 연합 기자가 인터뷰 형식으로 출고한 기사였고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국장단에서 이같이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좋은 기사가 있으면 연합 기자의 이름을 게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또 “연합도 수요가 있으면 좋은 기사를 발굴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서로 상승작용이 있을 것”이라며 “내용을 조금 바꿔 자사 기자 이름을 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독자를 속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대부분의 언론은 기사의 출처를 밝히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언론의 특종 기사를 그대로 받아쓰면서도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합뉴스 기사를 약간 손질해 자사 기자의 이름을 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언론들은 마치 기사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자사의 권위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기사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 것이야말로 독자를 속이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자사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다. 중앙일보의 이번 조치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전 언론계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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