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고양시장 공인답게 처신하라

욕설하고 발뺌 안하무인... 단체장 자질검증절실

김혁 한국일보 사회부기자



"김 기자는 왜 따지듯이 반론을 제기하느냐. 기자면 다냐. 이 XX."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달 22일 오후 1시 30분께 황교선 고양시장이 시청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간담회 도중 본인에게 한 말이다. 80만 시민을 대표하는 공인(公人)의 입에서 상상하기 힘든 욕설이 튀어나온 것이다.



본 기자는 욕설을 듣는 순간 황 시장에게 "지금 욕을 했다. 공인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해라. 언론사를 대표해 고양시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욕설을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러나 황 시장은 실수를 인정하기는커녕 "내가 언제 욕을 했느냐"며 오리발로 일관했다. 주위에 배석한 공무원과 동료기자들이 없었다면 진실이 호도될 뻔한 상황이었다.



그의 언론인에 대한 폭언 등 그릇된 대(對)언론행태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그는 취임 직후인 지난 8월 23일 경기도내 대표적 일간지인 경기일보 한모(32) 기자가 시정비판 기사를 잇따라 게재하자 기자실로 불러 "기자실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뒤 면전에서 고향 후배인 이 신문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월급을 제대로 안주니까 나쁜 짓을 하지"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밖에도 시장명패에 '경영학 박사'를 새기고 시의회와 여성을 무시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등 좌충우돌이다. 공인의 신분을 망각한 채 마치 고양시를 일개 개인회사로 착각하는 모습에 황당하기까지 하다.



당시 고양시 출입기자들은 황 시장의 잇따른 언론인에 대한 폭언과 욕설에 대해 "언론의 사명과 기능을 무시하고 공인으로서 신분을 망각한 감정적 대응이자 시장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항의방문과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황 시장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사실과 다르다"며 오히려 사태의 진실을 호도하고 최근 열린 고양시의회 시정질의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황 시장의 돌출행동을 지적하자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황 시장이 주위 사람들의 말을 전혀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청 간부들과 비서진들이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 시정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정이야 어쨌든 기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것은 사실인 만큼 사과하라"는 충언(?)을 했다가 오히려 면박만 받았다고 한다.



출입기자들은 이후에도 황시장이공식석상에서의 돌출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는 제보가 잇따르자 이를 확인한 뒤 공인으로서의 문제점 위주로 몇 차례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황 시장이 사과를 하지 않는다고 언론이 연일 감정적인 대응으로 보이는 보도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로 인한 독자들의 피해도 감안해야 한다"는 일부 우려를 고려해 일단 감정적인 대응은 자제하기로 했다.



대인관계에서도 상대방에 대한 욕설이나 폭언은 인격에 치명적 상처를 안겨 줄 수 있다. 더욱이 80만 시민을 대표하는 공인이 공개석상에서 언론인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행위는 크게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황 시장은 지금도 일부 공무원들을 통해 언론동향을 체크하며 언론의 역할 등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등 적반하장식 자세를 고집하고 있다. 유권자의 10%를 겨우 넘는 5만 3,000표를 얻어 당선된 황 시장은 보궐선거 당시 장황하게 늘어놓은 학력과는 달리 평소 안하무인격인 자세로 이번 사태를 가져왔다는 주위의 지적을 겸허하게 되새겨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출입기자이자 한 시민으로서 검증받지 못한 공인의 한계를 보는 것 같아 무척 가슴이 아프다. 유권자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질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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