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관련 북 돌출행동 초점…보수단체엔 관대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전후에서 벌어진 보수우익단체들의 잇단 돌출행동으로 북한측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가 화합보다는 갈등을 부각시키고 나아가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대구 유니버시아드에서 남측 보수단체와 북측 기자단과의 충돌사태가 발생하자 일부 언론은 사태의 발단이 된 보수단체들의 부적절한 행동은 외면한 채 북측 기자들의 폭력행위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갈등을 부각시켰다.
이들 신문은 26일자 사설 ‘북한 달래기에만 신경 쓸땐가’(동아), ‘북측기자의 부적절한 폭력행사’(중앙), ‘북에 비판 견디는 학습시켜야’(조선) 등을 통해 “북측이 대회 철수를 위협하며 일방적으로 대남 사죄까지 요구한 행위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법리대로 하면 대회당국은 해당 기자의 취재증을 회수하고, 경찰은 폭력행위를 조사해야”(중앙)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정황상 충돌은 북한 기자단이 보수단체의 기자회견장을 공격하면서 일어났다”고 진단하고 “그러면 보수단체가 피해자인데, 피해자를 처벌하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신문은 국제적 스포츠 행사가 열리고 있는 대회장 앞에서 참가국의 하나인 북한의 체제를 비난하고 이들을 자극함으로써 대회분위기를 망치고 갈등을 조장한 보수단체들의 행동에는 관대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한국일보 등이 “보수단체의 시위가 불상사의 원인”이었다며 “사려 깊지 못하고 분별 없는 행동”이었다고 꼬집은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이에 앞서 8·15 광복절에 발생한 보수단체들의 인공기 소각사태와 관련,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놓고도 이들 언론은 “부적절한 조치”라며 유감표명만 문제삼았다. “북한의 억지 주장에 대통령이 무릎을 꿇은 것”(조선), “북한이 뭔가 트집을 잡을 때마다 들어주는 선례“(동아), “내부 단속과 대남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북한의 ‘이중전술’에 말려들었다”(세계)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북한전문기자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남북 화해의 장으로 만들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일부 보수우익단체들의 돌출행동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들단체의 행동은 전혀 문제삼지 않고 있다”며 “남남갈등과 위기의식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도 갈등을 조장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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