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직선제 '폐지' '존속' 논란

"내부분열" 주장에 "편집권 독립 중요성 커졌다" 반박

취지 살리되 부작용 최소화 방안 마련해야





한겨레에 이어 경향신문 대한매일 등 독립언론들이 야심차게 도입했던 편집국장 직선제가 도입 3년여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편집권 독립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내부 분열 등 선거후유증으로 인한 폐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최근 편집국장 직선제 폐지 또는 개선방안을 놓고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직선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 출신인 조용상 사장이 노조에 단체협약안 중 편집국장 직선제 폐지 또는 개선을 요구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2000년 직선제 도입 직후부터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돼온 문제였다.

이같은 우려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현행 직선제를 유지하되 소폭 보완(28.2%)하자는 의견보다 △임명동의제 도입(27.1%) △복수추천제 도입(24.8%) 등 기존 직선제를 폐지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 경향신문은 오는 27일 이 세 가지 방안을 놓고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대한매일은 지난해 유승삼 전 사장이 편집국장 직선제의 폐지를 요구하면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노사간에 심각한 갈등을 빚은 대한매일은 결국 투표권자가 후보 3인에 대해 각각 3,2,1점을 부여, 3표를 행사하고 발행인이 투표 결과 과반 득표자 1인이 나오면 무조건 임명하되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최다 득표자 2인 중 1인을 임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직선제의 골간을 유지하되 복수추천제의 요소를 도입,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대한매일은 또 투표 결과를 비공개하고 투표 전날 패널 토론회 및 후보자간 토론회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과열선거를 막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 역시 또 다른 잡음을 낳기도 했다. 후보 3인에게 3,2,1점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쟁력이 가장 낮은 후보에게 2점을 부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처럼 편집국장 직선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는 이유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편가르기, 줄서기 등 폐해가 발생하면서 심각한 내부 분열과 후유증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상당수 기자들은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운영과정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당초 직선제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열선거를 막고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복수추천제나 임명동의제의 경우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로 상당수 언론사에서 채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자들이 직접 편집국장을 선출한다는 의미의 직선제로 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복수추천제를 도입하고 있는 언론사는 부산일보, YTN, CBS 등이고, 임명동의제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경향신문의 한 기자는 “운영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해서 직선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불법선거운동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한편 토론회 등 공개된 장에서의 후보검증 기회를 늘리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특히 “재계 인사들이 사장으로 취임한 지금이 오히려 직선제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매일 경향 등 독립언론 사장에 재계 인사들이 잇따라 취임하면서 경영 마인드가 지면에도 반영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향신문 조용상 사장이 취임 전 “편집권을 침해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경영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사장이 인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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