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노사의 임·단협 협상 타결을 놓고 대다수 언론이 노조에 대한 사측의 일방적 ‘굴복’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의 경영참여를 허용함으로써 국내경제계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경영참여를 둘러싼 찬반논란이 팽팽한 상황에서 진지한 접근 없이 일부 합의 내용을 확대 왜곡함으로써 재계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사는 지난 5일 일방적인 정리해고·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근로조건의 저하 없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협상을 타결 짓고 42일간의 부분파업을 철회했다. 긴급조정권의 발동 없이 노사 간에 자율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합의가 이루어지자마자 전경련 등 재계는 ‘노조에 대한 백기투항’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다수 언론 역시 ‘현대차 노사, 나쁜 선례 남겼다’(동아) ‘노조 경영 참여 부작용 우려된다’(세계), ‘노조 경영권 참여 이래도 되나’(조선), ‘경제시계 거꾸로 돌린 현대차 노사’(중앙) 등 사설 등을 통해 재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고임금 고용보장 등 노조의 기득권을 성역화한 것이 이번 합의의 핵심”(동아)이며 ‘국내 경제계와 노사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파급효과’(조선)를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현대자동차 경영진까지 나서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 고용보장과 연결된 것으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것을 단협에 명문화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어 언론 보도가 확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협상에서 노조가 ‘노조대표의 이사회 참여’ 등 경영참여와 관련된 핵심 조항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의’백기투항’운운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이같은 보도태도는 일반 국민의 인식과도 거리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해(‘임금.근로조건 향상+경영 참여’ 36.7%, ‘임금·근로조건 향상+경영 참여+정치적 정당활동’ 8.1%) 국민 44.8%가 긍정적이었던 데 반해 ‘임금·근로조건 향상에 한정’해야 한다는 답변은 38.8%에 그친 것.
한편 경향 한겨레 등은 이번 협상타결과 관련해 새로운 노사모델 정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현대차노사의 책무’란 사설에서 “노조 경영참여의 성패는 노사가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재계의 우려대로 노조가 기득권 보호에 과도하게 집착한다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회사의 경영이 보다 투명해지고, 노동자들이 경영진과 함께 책임과 비전을 공유하는 계기가 된다면 오히려 예상 밖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겨레는 “재계가 문제 삼은 경영 참여 선례만 보더라도 외자유치를 걱정할 만큼 부풀릴 일이 아니다”며 “오히려 재계가 ‘노조에 백기투항’이라고 주장하고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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