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장] 이제 사주의 횡포를 바로잡을 때다

중앙은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정부는 믿음을 갖게 하라

홍석현 사장 구속으로 중앙일보와 정부가 날카로운 대립을 한 지 열흘이 다 되어간다. 양쪽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증거와 다양한 논리를 제시하였고, 이후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더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나 언론계에서도 양쪽의 증거와 논리들을 충분히 접하였다.



이제 홍 사장 구속을 둘러싼 논란을 일단락 지을 시점이다. 그리하여 어떻게 하면 이번 사건을 밑거름 삼아 언론개혁을 실현할 수 있을지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는 홍 사장을 구속한 정부의 조치는 정당하다고 규정한다. 홍 사장의 탈세가 명백하다면 탈세한 언론사주를 구속한 것은 사법 정의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을 뒷거래로 해결하던 정부-언론의 유착 관행으로 볼 때 특히 환영할 일이다. 많은 시민단체들도 바로 이 때문에 구속을 지지했으며, 다양한 여론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일반 시민이나 언론인들도 이제 결론을 내린 상태다.



우리는 중앙일보가 정부의 탄압에 항거하지 못하던 부끄러운 과거를 과감히 폭로한 것은 시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역시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또한 우리 언론이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정권과 뒷거래를 벌이던 관행을 깨뜨리는 데 일조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일보는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더 이상 무리한 지면 제작을 하지 않기 바란다. 중앙일보의 주장이 충분히 개진된 현재 시점에서 여론의 향배는 결정되었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앙일보를 위해 진정으로 바람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용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여론이 왜 이렇게 형성되었는지 진솔하게 짚어보아 분노를 자기파괴가 아닌 발전의 동력으로 사용하기를 권한다.



우리는 현재 시점에서 홍 사장 구속을 정당하다고 규정하면서도 그것이 역사의 최종 평가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사실 정부가 의도하건 말건 홍 사장 구속은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겁주기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홍 사장의 구속이 의미하는 정권과 언론의 뒷거래 혁파가 중앙일보에만 그친다면 결국 역사는 이를 언론개혁 시도가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언론탄압이었다고 결론지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현재 시점에서 자신들의 언론개혁 의지에 믿음을 보낼 수 있는 조치들을 내놓아야 한다. 언론개혁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하지만우선 과거의 언론통제 습관을 오늘날에도 버리지 못해 언론탄압 시비를 불러일으킨 장본인을 퇴진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는 신뢰를 위한 첫 걸음이다. 다른 언론사주들에게도 홍 사장의 경우와 같은 엄정한 조치를 취하는 일은 이보다 어렵겠지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이들과 어떤 형태로든 뒷거래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한국 언론의 가장 근본적인 병폐가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을 사주가 전횡하는 소유구조임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이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그렇다면 언론개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아주 뚜렷하다. 이제 언론개혁을 바라는 모든 세력은 소유구조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구체적으로는 정기간행물법의 개정을 의미한다.



하지만 언론과 갈등관계에 있어야 하는 정부가 언론개혁의 주도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법 개정은 언론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공공적 기구에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행히 언론개혁시민연대를 중심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정부가 이를 위한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면 비로소 제몫을 완수하는 셈이다.



그러나 언론개혁의 궁극적 주체는 언론인이다. 이 점에서 언론인들은 홍 사장 구속을 단순히 즐기기만 하는 자세를 버렸으면 한다. 시민들이 중앙일보만 문제라고 보는가. 우리의 사주가 홍 사장과 비슷한 처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떠한 행보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들이 정권의 언론탄압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중앙일보를 비난하는 것은 결국 정권도 나쁘지만 언론이 더 나쁘다는 소리 아닌가.



언론에 대한 사회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 사장 구속은 언론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이다. 하지만 저절로 언론개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언론인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찰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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