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언론탄압보다 홍사장 잘못에 중점
여론조사 해설··· 사주 전횡 공감대에서 비롯된 듯
"홍석현 사장 구속은 잘한 일이다. 정부가 여전히 언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신문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보다 신문사주다. 중앙일보가 이 사태에 부적절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사주 중심의 언론사 구조 때문이다."
중앙일보 홍 사장 구속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여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이번 기자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일보가 홍 사장 구속 이후 줄곧 이 사건의 본질을 정부의 언론탄압과 결부해 문제 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이 두 사안을 별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응답자의 80.1%가 홍 사장 구속을 '잘한 일'로 평가해 기자들이 이번 사태에 대해 일반시민이나 교수들보다 중앙일보 측에 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5일 일반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잘했다'는 응답이 64.1%였다. 또 한국대학신문이 전국 교수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1%가 홍 사장 구속이 정당하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중앙일보가 잇따라 터트린 정부의 언론탄압 문제에는 많은 기자들이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2.3%에 이르는 기자들이 김대중 정부가 그동안 중앙일보나 다른 언론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했으며 59.5%는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점에서 기자들은 양비론의 입장을 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응답자의 75.0%가 홍 사장 구속을 잘한 일이라고 평가한 데서 드러나듯이 비판의 무게는 홍 사장 쪽으로 크게 쏠린다.
이러한 평가는 신문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주라는 인식(74.9%)과 뿌리를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정부의 언론탄압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신문사주의 부정적 영향력보다 작다는 평가라고 볼 수 있다. 정부라는 응답은 8.3%에 불과했으며, 간부나 기자 등 편집국 내부를 꼽은 비율도 8.2%에 그쳤다. 신문개혁의 대상은 언론을 압박하고 유혹하는 정부보다 그에 굴복하고 야합하는 신문사며, 그 최종 책임은 편집국이 아니라 사주에게 있다는 의식이 응답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앞으로도 정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응답이 59.5%에 이르지만 홍 사장 구속이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 역시 53.9%로 나타난 것도 우리 사회의 성역으로존재하였던신문사주들이 개혁의 걸림돌이기 때문에 이들의 구속은 어떤 의미로든 사주의 부당한 압력를 줄여 언론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 나왔다고 하겠다.
홍 사장 구속에 대한 중앙일보의 부적절한 대응태도를 지적한 응답자들이 주원인을 편집국 내 이해관계(9.8%)보다 사주 중심의 언론사 구조(87.9%)에서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의 언론구조에서 신문사의 이해관계를 사주가 좌지우지하다 보니 사주의 일신상의 문제가 곧 신문사 사활의 문제로 되어 적절하지 못한 대응을 하게 된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정부가 여태까지 언론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고 또 앞으로도 행사할 것이라고 답한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지원 장관의 퇴진 여부를 묻는 설문의 결과다. 박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는 데는 대다수인 78.3%가 동의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조금 넘는 40.6%는 '즉각 물러나면 중앙일보 문제가 희석되므로 어느 정도 지난 뒤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당장은 홍 사장의 비리 처벌에 중점을 두어야 하지만 부당 외압 의혹의 주역 역시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가 과연 언론개혁을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대략 반반으로 갈린다. 김대중 정부의 언론개혁 의지를 묻는 질문에 '적극적이다'(53.4%)와 '소극적이다'(42.6%)가 엇비슷하게 나왔다. 이후 다른 언론사주의 비리나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홍 사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처리한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럴 것이다'(41.4%)와 '그렇지 않을 것이다'(53.3%)가 역시 비슷하게 대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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