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지난달 25일부터 이건희 회장의 ‘인재론’ 시리즈를 내보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언론에 거의 나서지 않는 이 회장이 두 신문에 동시에 등장한 것도 석연치 않을 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이 회장의 ‘천재 경영론’, ‘인재론’ 등을 부각시키며 미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동아일보는 지난 4월부터 연재하고 있는 ‘인간포석 인사의 세계’에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5회에 걸쳐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편을 싣고 △제2신경영의 핵심은 천재 키우기 △내가 생각하는 천재는 △이공계, 여성 인재를 원한다 △직관이냐, 시스템이냐 △내가 믿고 일을 맡기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게재했다. ‘인사의 세계’는 그동안 상하 또는 상중하로 지면 절반 정도에 걸쳐 다뤄졌으나 이건희 회장의 경우는 전면을 할애해 5회에 걸쳐 다룬 것이 특징. 동아일보는 지면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인재, 인사를 논하면서 삼성그룹을 빼놓기는 어렵다”며 “6월 10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기자가 수십 개 문항의 질문을 보내면 이 회장이 구술로 답변하는 식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경제섹션 1면에 ‘이건희 회장의 천재 경영론’을 상중하로 3차례에 걸쳐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시리즈에서 “이건희 회장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 회장의 인재 철학을 상중하로 나누어 싣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이건희 회장 시리즈는 “한 명의 천재 10만 명 먹여 살린다”, “천재란 공부 100점 아닌 상상력 100점 짜리”, “경영은 사람으로 꿈을 만드는 종합 예술”(동아), “세상변화 아무리 빨라도 천재 키우면 안 두려워”, “지나친 평등주의가 수십 만 명 먹여 살릴 천재 못 키우게 한다”(조선) 등 ‘인재론’에 대한 분석보다는 이 회장의 발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일방적으로 이 회장의 ‘천재 경영론’을 미화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을 사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실제 ‘서면 인터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지나친 경쟁의식에 의해 성급하게 기획이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조선일보에서 인터뷰 요청과 함께 자료를 요구했으나 동아일보에 이미 자료를 준 상태였기 때문에 거절했다”며 “조선일보에서 서면 질의를 보내오기는 했으나 별다른 답변은 하지않았다. 기존에 나왔던 내용을 토대로 기사화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동아일보의 경우는 지난달 초부터 의뢰가 들어와 서면인터뷰를 하기로 하고, 질의에 대한 답변과 함께 마침 삼성이 교재로 만들기 위해 준비중이던 ‘이건희 회장의 인사철학’ 관련 자료를 줬다”고 밝혔다. 한편 조선일보는 25일 가판 신문에서 ‘서면인터뷰’라고 보도했다가 삼성측의 항의를 받고 ‘서면질의’라고 변경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 관계자는 “서면인터뷰를 신청했으나 직접 답하는 형태는 어렵다고 해서 평소 발언 등 참고자료를 받았다”며 “일방적 홍보가 아니라 재계의 비판론도 함께 보도했다”고 밝혔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인사의 세계 시리즈 포맷 자체가 분석이나 평가보다는 해당 인물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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