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자의적 판단 의혹, 지검도 불기소-기소 ‘오락가락’
언론보도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대전MBC 법조비리 보도의 경우 대전지검이 “법조주변비리와 관련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라며 ‘무혐의’로 기소조차 하지 않았던 것을 이종기 변호사의 항고로 불구속기소 처리하는 등 기소과정에서부터 ‘기준’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3면
지난 2001년 12월 26일 대전지검은 대전MBC 보도와 관련 불기소 처리하면서 “일부 과장보도가 있었음은 인정되나 개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보도했다기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보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죄가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전지법은 이번 판결에서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이종기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함으로써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했다”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또 ‘브로커’, ‘파렴치한 사건 수임’ 등 용어의 사용과 관련해서도 대전지법은 “보도에 사용된 어휘들의 통상적 의미를 고려할 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으나, 당시 대전지검의 ‘공소부제기이유 고지’에 따르면 “이는 개념해석상의 문제에 불과한 것으로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엇갈린 판단을 내려 법원의 판결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했다.
특히 대전지법은 이번 판결에서 형법 제310조 위법성 조각사유와 관련 언론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라도 △보도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보고 있는 대법원 판례를 전혀 적용하지 않았다. 대전지검 역시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했을 당시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다”고 밝혔으나 대전지법은 “보도내용이 허위사실인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대전지법은 “보도 이후 수사 및 재판 결과 이종기 변호사가 법원 및 검찰의 일부 직원, 경찰관 등에게 알선료를 지급하고 일부 판사 또는 검사들에게 전별금 등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면서도 ‘지역 판사 및 검사와 뒷거래를 통해 사건을 처리한 것처럼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허위사실”이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이변호사가 판사 또는 검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지역 판사 및 검사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법원은 그동안 언론보도와 관련해 ‘상당성 원리’를 적용, 위법성 조각사유를 인정해왔다. 대법원은 한겨레가 89년 당시 중앙대 총학생회장이던 이내창씨 의문사 사건에 안기부가 개입됐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는 확증이 없더라도 그렇게 믿을 만한 나름의 근거나 의혹이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였다”며 지난 96년 무죄 확정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위법성 조각사유 중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에서 ‘상당한’이라는 개념 자체가 판사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법조 비리에 대해 판사들이 기분 좋게 생각했을 리 없고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 것 같다”며 “보도로 인한 사회적 파장 등 사안 자체를 놓고 봤을 때 이번 판결은 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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