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회 이달의 기자상/대우사태로 경제관련 응모 많아

일부 기사 완성도 떨어져… 각사서 사전 여과 했으면

10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평소보다 10여 편이나 많은 31개 작품이 출품됐다.

경제관련 기사는 출품이 저조한 편인데 이번 달에는 10편이나 되어 다른 달에 비해 월등히 많은 특징을 나타냈다.

대우그룹의 금융사태가 발생하여 경제기사가 폭주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재보도 부문에는 13개 작품이 출품되었는데 이 중에서 YTN의 ‘대우계열 12개사 워크아웃’, CBS의 ‘재벌과 은행 서로 짜고 부당 내부거래’, 경향신문의 ‘씨랜드 어머니 훈장 반납’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YTN은 수상작 이외에도 ‘대우채권 정부보증’, ‘김우중 회장 경영권 박탈’도 출품했다. 그런데 3개 작품이 모두 대우사태와 관련된 기사여서 1개 작품으로 묶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동일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생한 기사라서 성격이 같다는 취지였다.



아무튼 ‘대우계열 12개사 워크아웃’만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금융부채가 60조 원이 넘는 대우그룹의 집단 부실은 제2의 금융위기를 촉발할 만큼 무서운 파괴력을 가진 사건이다.



정부의 금융지원으로 위기상황이 진정국면에 진입했지만 폭발위험이 잠재화했을 뿐이다. YTN은 정확한 상황인식을 갖고 순발력 있게 후속기사를 취재함으로써 이 기사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 점이 인정되어 최다득표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CBS의 ‘재벌과 은행 서로 짜고 부당 내부거래’는 재벌의 내부거래 수법이 다양화-지능화하면서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기사이다.



이런 방식의 내부거래는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차원을 넘어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고착화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이 기사가 지닌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경향신문의 ‘씨랜드 어머니 훈장 반납’은 일과성 보도가 체질화한 언론관행을 뛰어 넘은 기사라는 점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대형사고가 잇따라 터져도 정부의 대응방안은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자세로 일관해 왔고, 거기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자식을 잃은 절규에도 메아리가 없자 어느 어머니가 훈장을 반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기사다.



기획보도 부문에는 5개 작품이 출품돼 그 중에서 YTN의 8·15특집 ‘이대로 죽을 수 없다’가 선정됐다.

북한에 소재한 일본군 위안소와 생존한 위안부의 증언은 일본군의 잔혹한 만행을 생생하게전달했다.복부에 새긴 문신과 아직도 역력한 고문자국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북한에 남북공동진상조사단의 구성을 제의했다니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는 출품작 11개 중에서 전주MBC의 ‘을지연습장 술판 벌인 경찰’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국가비상사태를 가정한 훈련상황실의 무너진 근무기강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점을 얻었다. 음주행위를 떠나서 비상사태에 임하는 기강해이가 문제의 초점이다. 그런데 경찰이 취재활동을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했다니 비상훈련의 의미를 이해하는지 모르겠다.



경인일보의 ‘대우사태에 따른 협력업체 실태보고’와 전남매일의 ‘공공근로 혈세가 새고 있다’도 우수작으로 평가 받았으나 아깝게도 수상작으로 선정되지 못했다. 경인일보는 은행들이 대우 어음의 할인을 기피함으로써 하청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진 금융현장을 밀도있게 전달했다. 전남매일은 공무원들이 공공근로사업비를 빼먹는 새로운 수법을 고발함으로써 사업비 집행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지역기획보도 부문에서는 여수MBC의 ‘자주복을 찾아서’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이 특집보도는 사라져 가는 고유어종인 자주복을 통해 해수양식의 시급성을 부각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복어류의 자연산란 현장을 포착한 노력이 돋보였다.



최근 몇달새 출품작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이 권위있는 기자상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출품작 가운데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도 적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출품에 앞서 자체평가를 거쳐 여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러 심사위원한테서 제기되었음을 밝혀둔다.



김영호

이달의 기자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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