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사망 1주기를 맞은 지난 13일 연합뉴스는 오후 4시 5분발 기사로 “밤늦게까지 풍물패 공연과 사진전, 도심 촛불행진 등도 개최돼 교통혼잡 현상이 빚어졌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추모대와 경찰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오후 5시부터 예정된 서울 시청 앞 광장 추모행사가 시작하기도 전에 실린 기사였다. 그러나 이날 촛불시위는 경찰과의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고 한다.
지난 6일 일본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오후 7시 일왕 주최 만찬에 참석했다. 그러나 만찬이 시작되기도 전에 발행된 7일자 조선일보 가판에는 ‘노 대통령, 일왕 만찬 때 유사법제 침묵’이라는 제목으로 “(노 대통령은) 이날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을 통과한 유사법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만찬에 앞서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된 ‘만찬사’를 보고 기사화 한 것이다. 다행히(?) 이날 만찬에서 노 대통령은 유사법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유의 돌출발언이 나왔더라면 엄청난 오보가 될 뻔한 기사였음에는 틀림없다. 이 기사는 시내판 신문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노 대통령 방일에 동행했던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만찬자리는 그야말로 축하, 환영자리로 유사법제에 대해 거론할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 반면 노 대통령은 9일 국회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며 “조선일보 기사는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마감시간에 쫓겨 사건이 발생하기도 전에 미리 기사를 출고하는 경우는 언론계의 오핸 관행처럼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다행히 언론의 예상이 적중하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하면 엄청난 오보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선입견을 가지고 예단하는 기사는 변화를 읽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이고 왜곡된 시각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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