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추모1주기 뒤늦게 '야단법석'
SOFA 개정 등 근본적 접근 없이 기사 경쟁만
여중생 사망 사건 당시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언론들이 추모 1주기를 맞아 부모 인터뷰, 편지, 현장 르포기사 등 관련기사를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으나 한미관계에 대한 재점검, SOFA 개정 문제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접근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중생 사망 1주기를 앞두고 지난 2일과 3일 대한매일과 한겨레, 한국일보가 잇따라 ‘13일로 1주기 효순·미선양 부모 마르지 않은 눈물’, ‘여중생 사망 1주기 다시 가본 효촌리’, ‘현장 르포/장갑차 여중생사망 그후 1년’ 등의 제목으로 사고현장을 찾은 두 여중생 부모 인터뷰와 르포기사를 내 보내자 중앙일보는 4일자에 ‘여중생 사망 1주기 맞아 부모가 띄운 편지’를, 조선일보는 12일자에 ‘사망 1주기 미선·효순이 부모 인터뷰’를 경쟁적으로 내 보냈다.
그러나 언론은 촛불시위로 여론이 확산되면서 흥미위주로 접근하고 있을 뿐 불평등한 한미관계나 SOFA개정 문제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는 소홀했다. 경향신문이 11일자 ‘여중생 사망 1주기 특집’에서 ‘평화와 반전 일깨운 촛불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촛불시위의 의미를 점검하고 12일자에 ‘SOFA 개정 진행형-어떻게 바뀌었나’ 기사를 게재한 것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여중생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SOFA협상이 형사재판 관할권 문제 등 본질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5개월 여 만에 막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은 이를 비판 없이 간략하게 보도했다. 사설을 통해 ‘핵심 비켜난 SOFA협상 결과’라고 비판한 언론은 대한매일 정도였다.
오히려 일부 언론은 1주기를 계기로 ‘반미, 국민 전체 여론 아니다’(동아), ‘여중생 추모, 반미선동 경계해야’(세계), ‘이제 효순이와 미선이를 놓아 보내자’(조선) 등 ‘촛불시위를 끝내자’거나 ‘반미가 확산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미선·효순이 부모 인터뷰에서 “추모집회 규모가 커지면서 겁은 나지 않았느냐”, “반미감정도 확산됐다”,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 분위기가 싫어 참석을 피했나” 등 의도적인 질문을 던지고 “국민께 고맙고 부담…과격한 반미 원치 않아”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한편 1주기 추모행사가 있은 지난 13일에는 언론의 취재경쟁으로 여중생 모교 추모행사가 5시간이나 지연되기도 했다. 두여중생의 모교인 조양중학교가 이날 오전 9시 비공개로 1주기 추모행사를 개최하려 했으나 1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자 “순수한 추모식이 언론보도로 훼손될 수 있다”며 오후에 교내방송을 이용, 교실에서 약식으로 추모행사를 진행한 것.
이번 사건을 취재한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기자들의 취재로 추모식의 의미가 훼손된다며 추모식 자체를 연기한 교장도 이해할 수 없지만 지난해 사건발생 당시 관심도 없던 언론들이 추모행사를 취재한다고 여중생 모교에 떼거리로 몰려가는 것을 보고 언론의 냄비근성이 이런 거구나 절감했다”고 말했다. 여중생 사망 사건은 지난해 발생 당시 1보기사가 한겨레 정도에서만 2단 크기로 실렸을 정도로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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