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정부 또 언론통제 의혹
SBS 노조 '홍보성 토론프로 추진'...중앙 1면 제목도 바뀌어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 구속을 계기로 정부의 언론 통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최근에도 정부가 언론에 외압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SBS 노조(위원장 오기현)는 오는 18일로 예정된 가을 개편에서 신설되는 매주 화요일 밤 11시 시사 토론 프로그램 '오늘과 내일'이 정권의 압력으로 편성되었다며 편성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SBS 노조는 편성 내용이 알려진 직후 낸 성명에서 "신설 토론 프로그램은 총선을 앞두고 정권 핵심부의 외압으로 갑자기 편성되었다"며 "정부 당국자가 출연해 국정 홍보를 하는 데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언론노련(위원장 최문순)도 1일 '청와대가 방송사 편성국인가'라는 성명에서 "정권이 방송3사에 압력을 가해 토론 프로그램을 국정홍보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MBC 역시 이번 개편에서 매주 목요일 밤 11시에 'MBC 대토론(가칭)'을 새로 편성했지만 지난 봄부터 준비한 프로그램이라 내부에서 별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다.
그러나 SBS의 경우 화요일 밤 11시대는 현재 방영 중인 '제3취재본부' 후속으로 '뉴스추적'이 편성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8일 갑자기 토론 프로그램 신설이 확정됐다. '뉴스추적'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으로서는 이례적 시간대인 일요일 아침 8시에 배치됐다.
SBS의 한 기자는 "지난 9월 청와대 공보수석실 관계자들이 SBS 임원들을 차례로 만나 새 대담 프로그램의 형식과 패널 숫자 등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압력성 주문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프로그램 기획 후 편성되는 데 해당 프로그램은 지난 28일 편성이 확정된 후 다음날 실무진에 의해 기획서가 작성된 점 ▷오는 19일 첫 방송될 예정인데도 2일 현재까지 프로그램 형식과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안이 없다는 점 등을 의혹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SBS 경영진과 청와대측은 이러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송도균 사장은 지난달 30일 SBS 지회(지회장 임성환), 노조, PD협회(협회장 구본근) 집행부가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외압은 없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방송의 공익성 확보 차원에서 편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남기 보도본부장은 "이 문제를 가지고 청와대 사람을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해당 프로그램 아이템이나 내용이 아직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얘기가나오니 곤혹스럽다,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나서 불편부당하지 못하다면 지적해달라"고 말했다. 청와대 공보수석실의 관계자는 "(SBS)사람을 만나거나 전화한 적 없다, 정부 홍보에 토론 프로그램은 별로 유리하지도 않다"며 전면 부인했다.
SBS 노조는 외압 프로그램의 편성 백지화를 위해 노조 연대투쟁, 단식, 철야농성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앙일보에서도 홍 사장에 대한 세무조사 발표 이후 정권에서 특정 기사에 불만을 표시해 제목을 바꾼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2일자 창간 기념 여론조사 결과 관련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을 초판에 '1+1+알파 신당 부정적'에서 'IMF 극복 시간 더 걸린다'로 바꾸었으며, 14면 제목은 '신당 창당 국민 공감 아직 못얻어'에서 '지난해보다 재산 줄었다'로 바꾸었다.
노조는 지난달 22일자 특보를 통해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 김한길 청와대 정책수석 등 여권 인사들이 사내에 전화를 걸어왔다고 밝히며 "벌써부터 지면이 흔들리느냐"고 반발했다. 중앙일보는 3일자 지면을 통해 이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연락을 했다는 점을 인정하며 "기사가 크게 왜곡되어 있었다. 당에서 먼저 항의했다"고 말했다. "설문 원안을 받아보니 세팅 자체가 의도적으로 돼 있었다. 압력이 아닌 청와대 입장을 정당하게 개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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