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분석 없이 연평도 긴장감만 부각

'북한 NLL 침범' 보도 남북공동어로구역 등 대안제시 소극적

지난해 서해교전이 있은 지 1주년이 다가오면서 대부분의 언론이 연평도 르포 기사 등을 싣고 있으나 관심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 어선의 북방한계선(NLL) 침범으로 인한 긴장감에 맞춰져 있을 뿐 꽃게잡이 철마다 반복되는 NLL 침범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근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5월말부터 북한 어선의 NLL침범이 빈번하게 발생하자 대다수 언론은 이를 ‘북한 어선 6척 NLL침범’, ‘북어선 또 서해NLL 침범’, ‘북 어선 3일째 NLL침범’, ‘북어선, 함포 사격 받고도 NLL침범’ 등 연일 단순 사실로 중계 보도하거나 ‘북 조업핑계 고의침범…남 대응태세 탐지의도’(세계 5월 31일자), ‘북어선 사흘연속 NLL 침범…계산된 의도 있는 듯’(동아 5월 31일자) 등 북한의 북방한계선 무력화 의도 등으로 규정하고 경각심을 촉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는 각각 6월 2일자 사설에서 “북측이 정전협정 무력화를 위해 NLL 침범 같은 무모한 도발행위를 자행하고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해서 얻을 것이 있다고 본다면 상황을 잘못 판단한 것”, “노골적으로 NLL을 침범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겠다는 위험한 불장난”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북한 어선들이) NLL을 넘어 목숨 건 꽃게잡이에 나서고 있는 것은 NLL 무력화라는 거창한(?) 목적보다는 외화벌이를 위한 절실한 사정이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국민 6월 8일자)이라거나 “북한 어민에게 꽃게는 대표적인 외화벌이 대상으로, 그들에겐 귀한 달러나 마찬가지다. 이들이 이 기간 시도 때도 없이 NLL을 넘는 이유”(경향 6월5일자)라는 언론의 진단과도 거리가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연평도 르포 ‘답답한 연평도 “눈 앞의 꽃게밭 바라만 봐…”’에서 “북한 어선의 월선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꽃게 수확량이 상당히 줄었다. 어구에 붙어있는 게들을 눈앞에 두고 돌아오는 심정이 착잡하다”는 어민들의 말을 주로 전하면서 북한 어선의 NLL침범으로 어민들이 조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기사 역시 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한겨레 4일자 르포 ‘어민들 풍어 웃음꽃 “북 어선 오든 말든”’, 5일자 세계일보 “꽃게잡이가 요즘만 같으면 더 바랄 게 없다” 등 대다수 언론의 보도와 차이를 보여 연평도의 긴장감을의도적으로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언론은 꽃게잡이 철마다 왜 NLL침범이 잇따르고 있으며, 북한은 NLL을 왜 인정하고 있지 않은지 등에 대한 원인분석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데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3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남북공동어로수역 지정’을 제안한 토론회나 민주노동당이 지난 5일 실시한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 촉구’ 기자회견 등은 한겨레와 경향 등 일부 언론에서만 보도됐을 뿐 언론의 관심을 사지 못했다.

이와 관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지난 5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꽃게잡이 철마다 돌아오는 연평도 지역의 긴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우려가 크다”며 “언론은 북한 어선의 NLL침범만을 보도할 것이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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