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언론탄압'-정부 '비리 처벌일 뿐'

세무조사 과정.잇단 기사 갈등' 주장에 '외압 외치며 뒤로 타협요청' 반박

홍석현 사장에 대한 세무조사 및 구속 수감을 중앙일보가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며 지면 안팎을 통해 전사적인 정부 비판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뒤로는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면서 명백히 드러난 개인 비리를 언론 탄압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중앙일보 비상대책위원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사장의 위법 사실이 확정되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전제하며 "그러나 권력이 이 사건을 계기로 홍 사장을 중앙일보 경영에서 손떼게 하고 인사권과 편집권을 좌지우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번 사안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는 근거로 홍 사장을 표적 삼은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의 부풀리기 식 발표, '발행인 흔들기'를 통한 인사·편집권 간섭 의혹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간 계속된 정부와 중앙일보 사이의 갈등을 방증으로 내놓았다.



이 같은 주장은 ▷홍 사장은 보광의 대주주일 뿐 회장이나 사장, 등기이사도 아니고 ▷국세청이 적발한 10개 항의 위법행위 가운데 9개 항이 보광이 아닌 홍 사장과 그 일가에 집중돼 있으며 ▷검찰에서 포착한 23억3000만 원의 세금포탈 액수에서 보듯 133억 원 탈세라는 국세청 발표는 과대포장 됐다는 것 등으로 요약된다. 중앙일보는 또 2일자부터 지면에 '언론탄압 실상을 밝힌다'를 연재하면서 정부의 인사 및 기사 간섭 사례들을 폭로해 이번 조사가 '중앙일보 죽이기'라는 정황증거를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달 17일 국세청 발표 이후 기자들을 중심으로 중앙일보 내부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갔다. 20·21일 공정보도위원회와 기자 일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지면을 통한 정면대응'과 '외압 거부'를 결의했으며 27일 경영권 침해와 지면 왜곡을 배격한다는 요지의 부장단 성명이 이어졌다. 같은 날 열린 기자총회에서는 '언론장악 음모 분쇄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조현욱 전국부 차장)를 발족시켰다.



비대위는 30일부터 언론 관련 단체를 돌며 자신들의 입장을 홍보하는 한편, pc통신에 글을 올리는 등 지면 밖 홍보 활동에도 돌입했다.



비대위 입장은 ▷이번 사안은 중앙일보 죽이기를 노리는 정부의 언론탄압이며 ▷따라서 경영·편집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외부 압력도 거부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일부 기자들을 중심으로이번기회에 경영과 편집이 분리된 진정한 독립 언론을 만들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지만 전면화하지는 않고 있다.



반면 정부 관계자가 밝힌 정부 공식 입장은 '보광 세무조사일 뿐 중앙일보와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홍 사장에 대한 범법 혐의를 조사하고 있는 과정에서 이를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한 것은 선입견을 드러낸 것"이며 "중앙일보가 보광그룹 사주와 중앙일보 사장을 혼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홍 사장의 탈세 조사를 언론자유와 연관시키는 것은 유감"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검찰에 투명하고 공정한 처리를 지시한 것에 대해 "중앙일보 반발에 흔들리지 말고 원칙적인 입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중앙일보가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정부에 '타협'을 요청해 왔다"며 중앙일보의 '이중성'을 비판하였다.



이번 세무 조사를 담당한 국세청 관계자는 중앙일보의 부풀리기 발표 지적과 관련 "오히려 중앙일보 측이 자의적으로 부풀려서 보도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지금으로선 얘기하기 어렵다"며 구체적 해명을 미뤘다.



한편 홍 사장은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상 조세포탈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검찰에 따르면, 홍 사장은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23억3000여만 원을 포탈하고 휘닉스파크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를 높게 책정해 6억2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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