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며]'다행스런' 인권침해?

교육부가 추진해온 국가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럴 만하다. NEIS는 인권침해라는 인권시민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일년여 동안 무리하게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인권위는 “일부 사안에 대해 인권침해 요소를 담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으며 이에 교육부의 무리한 정책결정과 집행이 비판의 도마위에 오를 터였다. 그러나 NEIS를 둘러싼 작금의 보도를 살펴보면 사안의 핵심인 ‘인권’은 온데간데없다. 비판의 대상이 교육부로 집중됐지만 이유는 “인권침해를 무릅쓰고 사안을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 아닌 “전교조의 입장을 수용하는지”의 여부에만 맞춰졌다.

지난달 26일 전교조와 교육부의 합의는 언론에 의해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결정으로 묘사됐으며 심지어 전교조에 대한 교육부의 ‘굴복’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인권위의 결정이 고려되고 인권시민단체의 환영성명도 잇따랐지만 언론은 “전교조라는 이익집단의 주장을 수용”한 교육부의 처신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지난 1일 교육부가 이 합의를 깨고 입장을 번복하자 지난달 26일 합의에 대해 ‘굴복’ 운운했던 언론들은 이번에는 ‘다행스러운 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전교조와의 합의를 깬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갈등봉합’의 최종단계로 윤덕홍 부총리의 ‘결단’과 전교조의 이후 행보에 대해 ‘엄히 다스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

NEIS는 지난 2001년 10월부터 교육부가 추진해온 사업이다. 지금 NEIS를 전교조와 교육부의 한판승부로 규정짓고 있는 언론도 당시 NEIS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에는 NEIS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몰랐기 때문인가.

묻고 싶다. 사안을 막론하고 여전히 ‘전교조’라는 집단에 대한 구시대적인 선입견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일 아니라면 도대체 청소년들의 정보인권이 침해당하고, 인권을 심의하고 결정하는 기구의 결정사안이 무시당하는데도 ‘다행스럽고, 어쩔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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