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100일 언론개혁 '잰걸음'

방향은 긍정적이나 각론은 ‘미숙’

언론정책 청사진 없어 소모적 논쟁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 가판 구독 폐지, 문화부의 언론홍보 운영방안, 신문고시 개정, 지역언론육성법 및 신문공동배달제 지원 방침 등 참여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쏟아진 언론관련 정책들은 언론계의 오랜 관행에 변화를 요구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이에 대해 언론계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언론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는 “큰 방향에 있어서는 긍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방법에 있어서는 ‘미숙했다’는 반응이 뒤를 잇고 있다. 언론정책에 대한 커다란 청사진 없이 진행되면서 때로 일관성을 잃거나 준비가 되지 않아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신문고시 개정 등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언론정책의 큰 ‘대강’을 발표하기보다 기자실 개방 등 나중에 해도 되는 문제들을 먼저 꺼냄으로써 수구보수세력으로부터 논란을 자초했다”며 “이는 언론정책에 대한 큰 틀에서의 청사진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또 이같은 원인 중의 하나로 언론정책을 수립할 보좌진이 없다는 점을 들었다. “참여정부가 올바른 언론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한 데 홍보수석 등 현재의 보좌진들은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1일 각계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신문고시 개정’과 ‘개방형 브리핑제 도입’은 참여정부의 대 언론조치 가운데 가장 잘한 것에 차례로 꼽혔다.

김영욱 언론재단 선임연구원은 “노무현 정부가 조중동이라는 독과점 체제를 소유지분 제한 등 인위적인 방법으로 없앨 수는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내용적으로는 불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실제로 현실성 있는 조치들을 취해나가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 박사는 또 “기자실 개방은 취재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로, 앞으로는 출입처 중심에서 문제 중심으로 취재관행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참여정부가 갖고 있는 언론의 독점구조에 대한 문제 의식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정간법 개정 등 본질적인 언론개혁은 소수정권에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 여론의 공감을 얻고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언론홍보운영방안 등 일부 정책에선 논란의 소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방문취재 제한, 공무원의 취재접촉 보고 방침 등은 일선 기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발표되면서 ‘언론자유 침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박인규 프레시안 사장은 “커다란 틀에서의 시도는 좋은데 구체적인 시행과정에서는 원칙이 없는 것 같다”며 “개방형 브리핑제의 경우도 방향은 좋은데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또 “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오마이뉴스, 문화일보, 한겨레 등과 인터뷰를 했는데 어떤 원칙을 갖고 한 것인지 모르겠다. 언론과 정권은 긴장관계일 수밖에 없고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한 데 ‘우호적이냐’ ‘아니냐’로 편가르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언론과의 관계에서 보다 일관성 있고 대범한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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