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어 명의 기자 중 10여명이 리포트 제작을 위해 취재에 나가고 한 명이 내근을 한다. 대부분 출입처를 비울 수밖에 없다. 도대체 출입처의 물밑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삼성자동차와 대우 사태 등 큼직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지만 밀착취재는 거의 포기한 채 하루하루 제작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다."
KBS 경제부의 한 기자가 지회 소식지에 쓴 글이다. 업무부담이 많아진 것은 신문기자들도, 언론사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은 점점 더 바빠지는데 사회는 언론비판에 엄격한 조건을 들이댄다. MBC의 대전법조비리 보도에 대해 검사 22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재판과정을 살펴보면 법조계의 엄격성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지난 17일 열린 5차 공판에서 재판부는 MBC측이 대검, 대법원 조사기록 열람을 신청하자 MBC가 먼저 보도 근거로 사용한 기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언론이 문제제기를 할 땐 문제해결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셈이다. 만약 옷 로비 '의혹'이나 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에 대한 명예훼손이 들어온다면? 만약 세무비리 보도에 대해 세무공무원들이 집단명예훼손을 낸다면? 해당기자들은 검사들도 밝혀내지 못한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야 할 것이다.
기자들에겐 안팎으로 가학적인 환경이다. 참 안타까운 악순환이다. 기자들은 자기업무에 바빠 기자 공동의 권리 확보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기자에 대한 안팎의 요구의 더 가혹해지고, 기자는 그에 부응하느라 더욱더 바빠지고&. 이제 기자들도 언론인으로서 거침없이 문제제기를 할 권리, 노동자로서 적합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챙겨야 할 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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