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사과로 독자신뢰 얻어라

국내언론 오보·기사 표절 대부분 변명 수준

뉴욕타임스 등 해외언론과 극명한 차이 보여



뉴욕타임스가 잇따라 자사기자들의 기사조작과 표절 행위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나서면서 정정기사 및 사과에 인색한 우리 언론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기사조작과 표절 행위에 대해 1면 머릿기사 및 A4 15페이지에 달하는 장문의 정정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사과를 구한 데 이어 현장취재와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자신이 한 것처럼 보도한 릭 브래그 기자를 2주간 정직 조치하는 한편 2면 편집자주를 통해 공개 사과했다. 이같은 뉴욕타임스의 행보는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길재경 망명설 오보 소동’과 맞물리면서 국내 언론계 안팎에서 우리 언론도 잘못을 당당하게 시인하고 독자들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지난 17일 연합뉴스가 첫 보도한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 길재경 미 망명’ 기사의 경우 중앙일보가 길 부부장의 묘비사진을 공개하면서 오보로 판명 났지만 연합뉴스, KBS, 경향신문을 제외한 상당수 언론은 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특히 이 기사를 뉴스 첫 번째 꼭지로 보도한 MBC와 SBS,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한 문화일보의 경우 오보에 대한 별도의 사과문을 내지 않고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길재경 부부장이 3년 전 사망했다”는 사실만 단순 보도해 솔직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발생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관련해서도 국내 언론은 사실 확인 없이 서구언론 받아쓰기에 급급하면서 크고 작은 오보를 양산했다. 사망했다던 후세인 대통령이 다음날 TV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하는 등 언론의 오보는 이라크의 실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혼란을 가중시켰으나 이에 대해 사과문을 게재한 언론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같은 우리 언론의 태도는 당시 영국의 BBC 방송이 “이라크 침공 보도에서 거의 매일 오보를 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나, ‘가디언’이 자사를 포함한 영국 언론의 ‘6가지 오보’를 지적한 것과도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말 수능 보도 역시 대형 오보로 판명났으나 이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문을 게재한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 출제가 쉽게 돼 10∼20점 오를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는 달리 오히려 점수가 하락하면서 수험생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를 보도한 언론사 차원에서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는않았다. 일부 기자들이 기자칼럼 등을 통해 반성의 목소리를 내비쳤을 뿐이다. 이외에도 ‘김일성 사망’(86년), ‘성혜림 망명’(96년), ‘유태준 공개처형’(2001년) 등 북한관련 보도나 ‘○○○ 내정’ 등의 개각 예측 보도는 오보사례의 단골 메뉴에 속하지만 사과에 인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같이 드러나는 오보 외에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는 기사 표절 문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사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보도된 기사를 자사 특종인 것처럼 보도하거나 일부 내용을 표절해 시비가 벌어지는 경우는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2001년 10월 경남신문은 사설에서 연합뉴스의 시론을 표절해 신문윤리위원회의 공개경고를 받기도 했다. 특히 연합뉴스 기사를 자사 기자가 직접 취재해서 쓴 것처럼 보도하는 사례는 언론계의 고질적인 관행처럼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역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2001년 4월 한겨레가 조선일보 사설을 표절해 논란이 일자 곧바로 4면에 사과문을 내고 해당 논설위원을 면직 처리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에 속했다.

이에 대해 주동황 광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은 사과나 정정을 마치 자사 이미지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오히려 오보를 솔직히 사과하고 진상을 철저히 밝힘으로써 독자들에게 양심적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미영 기자 [email protected] 박미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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