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책을 둘러싼 주무 부처 자리싸움은 마치 ‘오징어게임2’의 의자 뺏기 게임 같다. 서로 웃으며 자리를 돌지만 음악이 멈추는 순간 남은 의자를 차지하려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듯,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는 기후위기 대응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후에너지부, 기후경제부, 기후환경부 등 여러 명칭이 오르내리며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위기가 본질적으로 환경 문제이며, 자신들이 이를 총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도 환경부 중심 재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환경부 권한 확대를 골자로 하는 법안을 각각 낸 상태다. 두 의원 법안은 모두 환경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할 것을 포함했다. 박 의원은 2차관(기후 차관) 신설도 거론했다.
그러나 산업부와 기획재정부를 포함한 일부 부처는 기후정책이 경제·산업 전반과 조화롭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특히 산업부는 온실가스 배출이 주로 에너지와 산업 부문에서 비롯되므로 실질적 감축과 전환을 담당할 주체는 자신들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위기 대응을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거나 기존 부처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 경제부를 확대한 경제기후보호부를 만들어 에너지와 산업,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 중이다. 프랑스는 기후·생태전환부를 운영하며 환경과 기후 정책을 주도하고 있다. 영국은 경제·에너지·산업부를 개편해 에너지안보·순배출제로부를 신설했다.
어떤 방식이 한국에 적합하고 가장 효율적인지에 대한 정답은 아직 없다. 다만 중요한 건 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조기 대선 가능성 등 복잡한 국내 정세 속에서도 ‘기후 시계’는 계속 가고 있다는 것이다. 속도와 방향 모두 중요한 기후 대응에 있어서 남은 시간과 동력엔 실수가 있어선 안 된다.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에서 만든 국가 기후고문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폐지되고 에너지·환경 고문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한국은 미국이 아니다. 산유국도, 패권국도 아니기에 카드가 많지 않다. 장기적인 정책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후 대응을 위한 독립적인 기구를 마련하거나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를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은 행정조직 개편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 추진력 확보에 달려 있다. 의자 뺏기 게임에서는 한 명만 탈락하면 끝이지만, 기후 대응에서 잘못된 선택은 모두의 자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시간을 허비하다간 기후위기가 아니라 대응 실패가 먼저 우리를 덮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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