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기자교류참가기/어느새 거인된 중국 언론산업

한 해 광고수입 3조원 ··· 비판기능 아직은 걸음마

국가통제의 '전족'을 벗어던진 중국의 언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한중 기자교류 프로그램으로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열흘 간 북경, 사천, 계림, 광주 등지의 언론산업을 둘러본 우리 대표단은 해가 다르게 변모하는 발전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조억 원에 이르는 광고시장



그 성장의 일등공신은 중국 산업과 함께 눈부시게 성장한 광고산업이다. 지난해 중국 언론은 200억 위엔, 우리 돈으로 3조 원 가량의 광고수입을 거뒀다. 같은 시기 우리 언론의 광고수입이 3조 5000억 원 정도였다는 것을 비교해보면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방송의 경우 전체 방송시간의 15%나 광고에 할애하는데도 방송사들이 종종 규정시간 이상의 광고를 내보내 방송감독기구인 '라디오방송총국'이 단속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중국 유일의 전국 방송사로 9개의 위성방송 채널을 운영 중인 중앙방송사(CCTV)는 지난해 45억 위엔(6750억 원)의 광고수입을 거뒀다. 지역산업이 급속 성장 중인 광주시의 기관지인 광주일보는 7억 4600만 위엔(1119억 원)으로 중국 신문사 중 가장 높은 광고 수입을 거뒀다. 광주일보는 특히 91년 광고수입이 4000만 위엔으로 7년만에 무려 19배의 성장을 이뤘다.



재정 일부를 광고 외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실이다. 중앙방송사는 9개 채널 중 체육, 영화, 드라마 채널을 유료화했다. 광주일보는 재정의 70%는 광고수입으로 나머지 30%는 기업 협찬으로 충당하고 있다.



선전보다 비판을



광고산업의 성장은 언론사들이 중국 정부한테서 독립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량꾸이허(梁貴化) 중국기자협회 서기관은 이전에 국가가 경영하던 언론사들이 최근 자체 경영으로 전환하면서 당 기관지의 성격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의 종류도 생활지, 업종별 전문지, 스포츠 전문지 등 다양해졌다. 광동성 광주에선 축구 전문 일간지도 등장했다. 언론사 숫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시장경제 도입 초기인 20년 전엔 방송 38개 사, 신문 158개 사였던 것이 99년 현재엔 통신사 2개, 방송사 1000여 개, 신문사 2050여 개로 되었다.



량 서기관은 아울러 언론의 사회감시 기능도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예로 CCTV의 한 시사프로그램은 아이템의 70% 이상이 폭로성 기사라며 주룽지 총리도 이 프로그램의 비판을 높이 인정했다고 설명했다."폭로는앞으로 발전의 추진을 위해 유리한 일이며 정부에 해를 끼치는 일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중 기간 도중 만난 당 지도부와 언론인들에게서는 여전히 종속적 관계가 느껴졌다. 중국의 언론은 산업적으로는 청년기였지만 정체성 면에선 아직 사춘기 이전으로 보였다.



디지털 장비로 업무 효율화



디지털 장비를 도입해 업무를 최대한 효율화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CCTV는 97년부터 디지털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해 현재엔 전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디지털화로 절약된 인력은 위성방송 후 늘어날 채널에 투입됐다. 광주일보도 기사작성부터 편집, 인쇄, 발송, 포장까지 전 과정이 디지털화돼 있었다. 우리 언론사에도 널리 보급된 장비였지만 갖춰진 장비를 100% 활용해 인력구조와 업무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점이 특히 눈에 띄었다.



'기자는 모두 흠모하는 직업'



이만큼 크게 성장한 중국 언론 내에서 기자의 사회적, 경제적 처우는 어떨까? 량 서기관은 '사람마다 흠모하는 직업'이라고 답했다. 시장경제 도입 후 대중이 정보의 입수를 위해 언론매체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언론사와 기자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수입도 일반 공장노동자들의 두 배 이상되는 2000 위엔(30만 원) 정도 받는다. 임금체제는 지역과 언론사, 또 기자의 능력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사천일보 사장 출신인 야오치능(姚志能) 중국기자협회 부주석은 사천일보에선 사장, 주필 등 상급자가 원고의 질을 평가해 차등 지급한다고 말했다. 다른 동료보다 업무량이 많다는 광주일보의 한 간부는 동료들보다 1.5배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종이나 위험지역 취재에 대해선 별도 수당을 받는다.



다른 직·업보다 업무량이 많은 것은 우리 기자들의 처지와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조석간 체제가 엄격히 나뉘어져 있고 판갈이 경쟁이 없어 한번만 마감해도 된다는 정도다. 중국 기자들은 우리 기자대표단에게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한국에선 왜 기자들이 신랑감으로 인기가 없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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