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법 있었기에 기자 정체성 잃지 않을 수 있었다"

[2024 지역신문 컨퍼런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20주년 토크콘서트
"기획취재 지원사업으로 여건 어려운 지역서 지속적으로 기획할 수 있었다"

“지역신문이라고 하면 영세한 면도 있고 인력도 부족한데, 그런 상황 속에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라고 생각하거든요. 올해도 그 덕분에 바른 먹거리라든지 농업에 집중해 기획 취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발위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기자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최학수 주간함양 PD)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지역신문법의 성과와 과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강아영 기자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지역신문법의 성과와 과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2023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우수사례 수상자로 뽑힌 5명의 토론자들은 지역신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주제로 현장 경험과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며 지역신문의 어려움, 또 지역신문법에 느끼는 고마움을 공유했다.

유지호 무등일보 뉴스룸센터장은 “지역신문법이 지역신문 기자들의 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특히 기자들 역량 개발이나 해외 취재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다른 각도에서 기획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며 “그런 경험이 20년 가까이 축적이 된 부분은 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은샘 부산일보 기자도 “지역신문에선 기획취재팀이 굉장히 실험적으로 있는 조직이다. 기획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역신문에선 자주 있는 기회가 아니고 인력 사정이 넉넉지 않다 보니 서로에게 큰 부담이 되는 일”이라며 “그런데 지발위의 기획 취재 사업이 하나의 계기가 돼 각 지역신문들에서 다양한 기획들이 나오는 것 같다. 그 덕분에 저도 시리즈를 할 수 있었고 상도 수상했는데, 지역신문법에서 이어진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언론정보학과 학생들, 지역신문에서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해 줬으면"

토론자들은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며 겪은 여러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칭우 인천일보 편집국장은 “인천일보가 지난해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 <신혼N컷> 기획으로 대상을 받았는데, 사실 새로운 시도가 어려웠다”며 “어르신들 항의 전화도 많았고, 웹툰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비용을 쓴 것도 처음이다. 새로운 시도는 중요한데 우리가 독자를 끌어 모으기 위해 너무 쫓아다녔던 것은 아닌가, 쫓는 게 아니라 그분들이 자연스레 놀 수 있는 공간과 지면을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많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컨퍼런스에서 <혈세 먹는 하마 전락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으로 대상을 받은 이진경 무주신문 기자도 “시골 지역일수록 관공서들의 정보 접근 벽이 굉장히 높았다. 광역시만 해도 매일 보도자료를 생산하는데, 군 단위 지역은 홍보도 형식적이고 소극적이었다”며 “더군다나 기자들이 자료를 요청했을 때 순순히 주지 않아 결국 정보공개청구 시스템을 이용해 3개월에 걸쳐 자료를 청구했다. 그 덕분인지 2019년만 해도 무주군의 정보공개청구 공개율이 46.7%밖에 안 됐는데, 올해 기준 76.8%로 올랐다”고 했다.

8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4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선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지역신문법) 제정 20주년을 맞아 지역신문법의 성과와 과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강아영 기자

토론자들은 토크콘서트에서 지역신문이 지켜야 할 가치, 또 변하지 말아야 할 지점들을 공유하며 지역신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최학수 PD는 “개인적으로 주간함양의 경쟁자는 이 지역 네이버 밴드나 단체 채팅방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신문이 좀 더 지역에 밀착하면서 지역민이 능동적이고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그 와중에도 공익성을 잘 지켜야 할 것 같다. 지역신문이 영세하다 보니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해 갈등의 지점이 굉장히 자주 찾아오는데, 그때마다 공익성을 떠올리겠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도 “서울 출신이지만 부산일보에 지원한 이유는 명확한 독자가 있고 지역신문이 지역민을 대변하는 관계가 확실했기 때문”이라며 “저는 디지털 시대에 이 관계는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점을 키워나가면서 한편으론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 좀 더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했다.

토크콘서트에선 지발위가 지역신문을 위해 더욱 다양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진경 기자는 “인력 부족의 문제는 신문의 지속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생각하는데, 요즘 지역신문들엔 청년 기자들이 없다”며 “무주신문도 6년 동안 기자들이 7번이나 바뀌었다. 영세한 신문들이라면 같은 고민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지발위나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정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무 교육도 해주고 추후 지역신문에서 실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주시면 어떨까 제안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지호 센터장도 “지역신문법 20년이면 아이로 치면 이제 성년이 된 건데, 지금도 물론 잘하고 있지만 지역신문과 지역민들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이 좀 더 생겼으면 좋겠다”며 “요즘 다들 신문을 안 보고 영상으로 소비를 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하면 지역과 지역신문이 만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 이런 고민들이 지속 가능한 정책으로 뒷받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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