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입에서 쏟아진 조각들… 보도로 모아져 문을 두드린다
[명태균 보도, 처음부터 현재까지]
9월초 뉴스토마토 단독보도 촉발
2주 후 추가보도… 음성파일 나와
JTBC·MBC, 공천개입 정황 취재
SBS '김 여사 언급' 증언 등 보도
명, 발언 계속… 대통령실 첫 입장
다음날 보도로 거짓 해명 드러나
집권 3년차,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았는데 ‘게이트’가 열리려 한다. 명태균. 이 이름의 등장과 함께 모든 혼란은 시작됐다. 지난 두 달여, 셀 수 없이 많은 녹취와 인터뷰가 공개되며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정황은 몸집을 불려갔고, 이젠 김건희 여사를 매개로 한 명씨의 국정개입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꼬를 튼 건 뉴스토마토였다. 9월5일 신문 1면과 온라인에 <“김건희 여사, 4·10 총선 공천개입”> 기사를 보도했다. 김건희 여사가 22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개입했다는 내용이었다. 영부인의 처신과 관련해 잡음이 무성하던 차에 나온 충격적인 보도였지만, 파장은 별로 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개입이냐”는 대통령실의 반박이 통한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2주 뒤, 추가 보도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뉴스토마토는 9월19일 김 여사가 2022년 6·1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하며 이를 뒷받침할 음성 파일도 공개했다. 2022년 5월9일, 명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 제보자 강혜경씨와 통화에서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고 했는데’ 이라대”라며 김영선 전 의원의 경남 창원의창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전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0월31일 공개한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직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대화로, 정확히 6주 만에 퍼즐의 짝이 맞춰진 셈이다.
다음날 방송 뉴스에서도 공천개입 의혹을 뒷받침하는 보도가 나왔다. 9월20일 JTBC와 MBC는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에게 6300만원을 건넨 정황을, SBS는 김 전 의원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를 언급하며 공천을 요구했다는 추가 증언을 취재해 보도했다. 뉴스토마토는 9월24일 김 전 의원이 명씨에게 건넨 돈은 ‘세비의 절반’인 약 9700만원이며, ‘공천 대가성’이 의심된다고 보도를 이어나갔다. 명씨가 김 전 의원을 대신해 공천을 받아준 대가라는 것이었다.
명씨는 대체 누구이길래, 대통령 부부에게 공천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을까. 이때부터 언론의 관심은 명씨와 그의 ‘입’으로 쏠렸다. 하루가 멀다고 명씨의 새로운 녹취가 공개됐고, 언론의 명씨 인터뷰도 줄을 이었다. 명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대통령 사저에 “수시로 방문”하고 인수위원회 자리도 제안받을 정도로 신임을 얻었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에게 김 여사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채널A, JTBC 등과의 인터뷰에선 “(검찰이) 날 잡으면 한 달 만에 대통령 하야·탄핵”, “내가 입 열면 세상이 뒤집어진다”고도 했다.
명씨의 거침없는 발언이 계속되자 10월8일 대통령실은 침묵을 깨고 입장문을 내놨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 명씨를 자택에서 두 번 만난 게 전부이고 별도의 친분은 없으며, 경선 이후엔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음 날 언론 보도로 거짓 해명임이 드러났다. 2021년 7월4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을 만날 때 명씨가 함께였고, 그 만남이 성사된 것도 엿새 전 김 여사가 명씨 전화로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대통령실의 거짓 해명은 명씨를 더 자극한 꼴이 됐다. 10월15일, 명씨는 문제의 “철없는 우리 오빠”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며 이전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민주당이 가세하고, 강혜경씨가 국정감사에 직접 나와 관련 증언과 녹취를 쏟아내면서 명씨가 김 여사를 움직여 김 전 의원 등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심증’은 굳어져 갔다. 여기에 대통령의 육성까지 공개되자 심증은 물증으로, 의혹은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풀어야 할 의혹은 공천개입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명씨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 즉 명씨가 대선 기간 ‘공짜’로 ‘불법 여론조사’를 해주고 그 대가로 김 전 의원 공천을 받아냈다는 의혹이 사실이면 윤 대통령은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게 된다. 이미 명씨가 윤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 조작 등을 지시하고, 대선 여론조사 비용을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에게서 걷은 돈으로 충당한 정황이 언론 보도로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명씨의 여론조사 보고서가 윤석열 캠프에 전달됐으며, 윤석열 당시 후보에 ‘직접 보고’된 정황도 있다고 보도했다.
‘국정개입’ 의혹도 있다. 뉴스타파는 10월16일 명씨가 자신의 활동 근거지이자 김 전 의원 지역구였던 경남 창원이 국가 산업단지(산단)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사전에 알았다고 보도했고, 이후 한겨레21은 5개월 전부터 ‘대외비’를 보고받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도했다. 공천개입에서 시작해 가지를 뻗어 나간 의혹들, 그 끝엔 뭐가 있을까. 분명한 건 특종 경쟁의 장이 모처럼 활짝 열렸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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