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쓴 책, 직무 연관 있으면… 인세는 회사랑 반반?

[10여개 언론사 출판규정 살펴보니]
'직무상 저작물'… 저작의욕 꺾어
기자·회사 서로 이득될 개선 필요

기자의 책 출간에 대한 국내 언론사들의 관련 제도를 재설계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매체 기자로 취재한 ‘직무상 저작물’에 대한 수익배분 규정 등이 너무 경직돼 있거나 미비한 지점이 대표적이다. 기자에겐 동기부여 요인, 회사로선 별도 수익창출 계기가 되는 미래지향적 개선을 통해 양쪽 모두의 ‘윈-윈’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협회보가 국내 10여개 매체의 노사, 기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언론사별 출판 관련 규정 중 ‘직무상 저작물’과 관련해 사별 큰 차이가 확인됐다. KBS는 기자와 회사가 책 인세를 5대5로 나눈다. 조선일보와 서울신문도 이 비율이 규정으로 존재한다. 경향신문은 출판장려금 명목(한도 3000만원)으로 정가와 발행부수를 곱한 금액의 6%(내부 출판) 또는 저작권료의 50%(외부 출판)를 기자에게 지급한다. 업무와 무관한 창작물은 기자가 인세를 100% 갖는 게 일반적이었다. 다만 국민일보는 사내 출판을 전제로 직무상 저작물 출간 시 판매정가의 5%를 특별상여금으로 주고 있었는데 업무 외 저작물도 “판매정가의 8% 이내에서 협의해 결정”한다는 규정을 갖고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MBC와 한겨레엔 인세배분 규정이 없고 직무상 저작물로 볼 책에도 회사가 권리 주장을 하지 않는 쪽이었다. SBS에도 인세배분 관련 규정은 없고 다만 “저작물 사용 시 관련 부서와 협의해 조율한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어떤 콘텐츠든 자유롭게 쓰도록 하고 인세도 기자가 전부 가져간다”고 했고, 매일경제 관계자는 “가급적 계열 출판사를 이용해달라는 정도고 회사에 얘기 안하고 책을 써도 상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정이 있는 매체에선 현 업무상 저작물 규정이 기자들의 저작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사를 벗어난 기자들의 창작 역량은 언론에서 과소평가된 자원 중 하난데 현 제도가 이를 더 위축시킨다는 의미다. 신문사 한 기자는 “월급 받는 시간에 취재한 걸로 썼으면 회사 거 아니냐는 말에 일부 동의를 한다. 하지만 책을 쓸 땐 추가 취재를 하고 다시 쓰면서 기사와 방향, 문체 다 달라지기도 하는데 정작 기자는 계약 등 논의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다. 책으로 쓸 내용이면 기사론 안 쓰는 게 최고 선택인데 문제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이어 “어려운 업계지만 ‘책은 한번 써야지’하는 사람이 있는 곳인데 기자역량 강화와 동기부여를 위해서라도 변화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도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매체에선 해당 조건이 기자의 저작을 유도한 측면도 있지만 사실 여타 콘텐츠 산업에 소구할 수 있는 영역에 언론계가 대비하지 못한 결과에 더 가깝다. 실제 스토리 시장에서 언론에 독특한 협업을 제안한 사례도 있는데 이런 모델에 언론 전반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일례로 실화소재 스토리 기획사 팩트스토리는 몇 년 전 경향신문, 시사IN과 각각 법인 간 계약을 맺고 협업을 진행 중인데 계약 단계부터 이행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당시 팩트스토리는 기획과 영상판권 판매 등을 맡고, 매체는 일부 기자에게 기사 외 별개의 콘텐츠 취재시간을 보장하며 향후 수익을 나누도록 했다.


고나무 팩트스토리 대표는 “훈련받은 기자만 접근하고 취재할 수 있는 ‘정경사’ 영역은 기자의 강점이고, 특히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스토리 시장과 언론의 교집합에 있다”며 “다만 전·현직 기자, 언론과 협업을 하며 뉴스나 취재메모 등이 시장 니즈에 맞춰 충분히 재가공되진 못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뉴스 취재를 넘어 창의적인 노력을 덧붙여 책 등을 냈을 때 기자에게 저작권은 양보하고 회사는 수익을 나눠갖는 방식을 포함해 양쪽이 ‘윈-윈’하는 미래지향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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