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은 아니다. ‘왜’라는 질문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빠른 시간 내에 답을 내놓도록 하겠다.” “상패에 최근 동료들과 함께 총파업했던 사진을 담았다. KBS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인데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에선 기록자이자 감시자인 기자 본연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다짐이 나왔다. 한국기자협회는 제409회(2024년 9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JTBC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미공개 수사·재판 자료> 등 5편을 선정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동료 선·후배 40여명이 참석해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전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이날 “9월을 여름처럼 뜨겁게 만드셨을 수상자 여러분들의 노고를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상작 5편을 하나하나 언급한 박 회장은 “수상작 모두 탁월하다.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작품들”이라며 시상식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청했다.
또 박 회장은 “이제 하루 지나면 11월인데, 역시 녹록지 않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야당 대표의 재판 2건과 어쩌면 한반도를 우크라이나 전쟁의 소용돌이에 직간접적으로 노출시킬 수 있는 상황, 무엇보다도 어려워진 경제 그리고 미국 대선 등이 있다”며 “10분 단위 어쩌면 1초 단위로 톱 뉴스가 바뀌는 상황이 저희들 앞에 펼쳐질 것인데, 조금만 더 현장에서 역사의 기록자이자 비판자로서 역할을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이번 기자상은 10개 부문 49편의 출품작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4개 부문에서 5편의 수상작을 냈다. 출품작 목록과 공적 설명서는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래는 수상 소감 전문이다.
취재보도1부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미공개 수사·재판 자료>
-서복현·박병현·연지환·여도현·박현주·조해언 JTBC 기자 / 수상소감 박병현 기자
“정말 오랜만에 시상식에 참석한다. 예전에는 항상 막내 급으로 참석을 했는데 이번에는 중간 연차로 참석하기 돼 개인적으로 감회가 새롭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미 많이 기사가 나왔었고 기시감이 느껴질 수 있는 주제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팀에선 도이치모터스에 대한 수사 자료나 재판자료, 관련자 진술 내용 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구체적으로 보도가 안됐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취재를 오랜 기간 해왔고 그 결과에 따라 이렇게 좋은 상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제가 기자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 안돼서 누군가 저에게 왜 언론사들은 항상 과거 일을 캐내는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는 제가 1~2년차 기자였는데 사실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번 도이치모터스 보도로 인해 아무리 과거이고 기시감이 있는 사안이라도 새롭게 취재를 하면 사안이 달라질 수 있고, 또 문제점을 지적하는 게 마냥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갖게 됐다. 무엇보다 저희 팀 선배, 후배들과 이런 좋은 시간을 갖게 되어서 영광스럽고 저희 팀 후배들에게 다시 한 번 고생했다는 말 전하고 싶다.”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김진양·한동인·박현광·유지웅 뉴스토마토 기자 / 수상소감 박현광 기자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먼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 저희 취재를 오랫동안 지켜봐주시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던 정광섭 대표님 감사드리고, 저희 취재의 알파이자 오메가였던 김기성 편집국장께 감사드리고, 함께 밤을 새우면서 취재했던 최신형 정치부장께도 감사드린다. 그리고 다른 모든 팀원들도 너무 많이 지원해주시고 고생하셨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영화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랙 코미디 장르의 영화에 있었던 거 같다. 굉장히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고 저희가 아직 기사로 담아내지 못한 일들도 많았다. 명태균 게이트의 본질은 시민의 봉사자로서 의무를 저버리고 본인의 권력을 쥐고 싶어 하는 정치인들의 욕망이 뒤섞여서 나타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육성이 공개됐다. 사실상 윤 대통령이 김영선 의원에게 공천을 준 게 아니고 김건희 여사가 명태균이라는 민간인, 사기꾼에게 공천을 준 내용이었다. 저희 첫 보도 때만 해도 다들 반신반의했다. 이제는 모든 게 다 진실로 밝혀지고 있는 상황이라서 기분이 남다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다. 다들 오는 길에 축하한다, 끝났다고 말씀을 많이 주셨는데 저한테 마지막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는 왜 명태균에게 공천을 줬는가. 아직 그 왜라는 질문에 아무도 답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그 단서를 잡았고 그 왜라는 질문이 해소될 수 있도록 취재를 이어나갈 거다. 최선을 다해서 빠른 시간 내에 답을 내놓도록 하겠다. 고맙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박기원·변성준·조형수·이하우 KBS창원 기자 / 수상소감 박기원 기자
“우선 우수한 작품들과 같이 상을 받게 돼 개인적으로 대단히 영광이다. 창원에서, 좀 먼 데서 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왔는데 같이 수고해 준 동료들 세 분이 있는데 오늘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 처음 이 채석장 사고 같은 경우 다른 언론에서도 다뤘던 내용이다. 세 줄짜리, 단신으로 나갔었고 저희도 다뤘었는데 그 본질을 접근하지 못했고 2주 뒤 유족 분들이 제보를 해 와서 취재가 진행됐다. 창원, 경남 쪽은 중대재해가 굉장히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구조적인 부분들, 경찰과 노동부의 어떤 혐의에 대한 수사가 나눠져 있다는 게 문제점인데, 그 문제점이 이번 사건에도 여실히 드러난 것 같다.
다행히도 한 달 반 만에 경찰이 재수사를 해서 일반 교통사고가 아니라 산업재해라는 결론을 냈고 앞으로 중대재해 수사가 남아 있다. 보통 1년 이상 걸리는 중대재해 혐의에 대한 수사인데 끝까지 지켜보고 최초 유족들이 제기했던 경영자에 대한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문제도 지속적으로 취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상패에 넣을 사진을 골라달라고 해서 가족사진을 할지 제 사진을 할지 한참을 골랐는데, 최근 저희 동료들과 함께 총파업했던 사진을 담았다. 아시다시피 저희 KBS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장 선임 절차와 그리고 방통위의 불법적인 체제에서 임명된 이사진에 의한 사장 선임, 이런 부분들이 많이 나와 있는데 본연의 공영방송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주변에서도 많은 힘을 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묻혔던 채상병들>
-남승현·최명국 전북CBS 기자 / 수상소감 남승현 기자
“최명국 기자와 김현주 뉴미디어 크리에이터를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섰다. 채 상병과 군 사망이라는 분야에서 작은 흔적을 이 상을 통해 남긴 것 같아 가슴이 벅차고 좋다. 저희 기사는 앞서 채 상병과 가족들처럼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평범한 삶을 살다가 마주한 불행을 겪고 난 뒤의 어떤 이야기들을 기록한 기사다. 취재 과정에서 유족들의 속 깊은 말을 들을 수 없었다면 이 기사는 완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이예람 중사의 아버님, 윤승주 일병의 어머님 그리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님, 이용민 중위의 아버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문 1860건의 서류를 보면서 하나씩 정리를 한 기사다. 묻혔던 죽음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고, 그 가족들의 마음을 살폈다. 기자는 기록하는 직업인데 제 개인적으로도 정말 뜻 깊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직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많은 죽음들이 있는데 저희가 기사에 다 담아내지는 못했다. 이 상을 받으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많은 죽음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도록 하겠다. 감사하다.”
사진보도부문
<뜨거운 지구, 기후위기 현장을 가다>
-서영희·이병주·김지훈·이한형·최현규·권현구·윤웅 국민일보 기자 / 수상소감 서영희 기자
“국민일보 사진부는 이번 이달의 기자상 사진보도부분에서 수상을 하게 됐다. 출장 기간만 2개월이었다. 모든 사진부원들께 감사를 드린다. 사진기자 생활을 25년 했는데 이번 기획이 가장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제가 현장 취재를 하진 않았지만, 데스크로서 취재 준비부터 6건의 시리즈 보도가 나올 때까지 즐겁고, 의미 있게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이라고 하는 북극부터 시작해 기후 위기로 인해 삶의 변화가 있는 기후난민촌, 산호초의 백화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는 바닷속,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수십조 원의 비용을 들여 수도 이전까지 하는 자카르타까지 5개 지역을 취재했다.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사진 기자들의 시선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위해 드론부터 360도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 사진부의 모든 장비를 동원했다. 사진 기자들이 준비한 결과물이 이렇게 이달의 기자상으로 돌아오게 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지만 그 외에도 비용이 많이 들었는데 너그럽게 이해해 주신 국민일보 사장님, 그리고 지금 계신 경영전략실장님 너무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어제 야근하고 오신 김찬희 부국장님, 계획이 좀 미흡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나침판 역할을 하시면서 뒤에서 후원해 주시고 지면도 거의 한 면이나 두면씩 써줬는데 감사하다고 밝히고 싶다. 오늘 이 수상의 기쁨을 저희 사진부원들과 함께 마음껏 누리겠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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