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언론사 기자 몇 명과 술자리를 함께 했다.
입담 좋은 기자들, 술안주로 최근의 주요 이슈들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북핵보유 발언의 진위를 추측해보기도 하고 국정원장 임명을 둘러싸고 되살아난 색깔론과 다시 질퍽해지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서는 육두문자를 섞어 쓴소리를 날리기도 한다.
술이 몇순배 돌면서 화제의 중심이 언론으로 옮겨갔다.
정부의 언론정책에 대한 공방. “총론은 인정, 각론은 반대” 입장부터 “기자나 언론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는 요즘 어렵다며?” “어디 ○○뿐인가. 신문이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이 거의 없다던데?” “그럼 언론사라고 불경기 피해갈 수 있나요 뭐.” 한 기자가 호프집을 한번 휘이 둘러보며 “만일 짤리면 빚내서 이런 술집이나 조그맣게 해야지”하면서 웃었고 다른 기자는 “장사는 쉬운 줄 알아요?”라며 농을 받았다.
술자리가 깊어지자 슬슬 기자들의 신세한탄이 이어진다.
먼저 경력이 가장 긴 기자가 “연차가 어릴 땐 힘들 때마다 신문에 박혀 나오는 이름 석자를 보며 자랑스러워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가 않다”고 말하며 쓴 소주를 들이켰다.
“기자의 판단보다는 데스크의 판단이 앞서고 어느새 기자들이 아예 데스크의 의중을 읽는 시대 아닌가 말이야.”
이 말은 듣고 있던 다른 기자는 ‘광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자의 자괴감을 털어놨다. “광고수주에 대한 기자들의 활약상(?)은 어떻구요. 회사가 어려울수록 기자들이 광고수주에 더 공을 들여야 하잖아요. 처음엔 홍보실에 찾아가 인맥 따지고 고개 숙일 때는 정말 ‘내가 기자 맞아’하는 생각이 들더니. 기자생활하는 동안 기사 쓰는 능력보다 광고 기획하는 능력만 늘었다니까요. 참 나…”
술자리가 파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처진 어깨는 소위 ‘신언론탄압’이나 거창한 언론개혁 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언론의 지난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전관석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