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위기 국제신문 구하려 노조 깃발 받아든 20년차 기자

[인터뷰] 하송이 국제신문 노조위원장

27일 능인선원 앞에서 열린 국제신문 전 사원 총력투쟁 집회에선 제13대 전국언론노동조합 국제신문지부(22대 노조) 출범식이 함께 열렸다. 회사가 아닌 투쟁 현장에서 노조 집행부가 출범을 알리는 이례적인 상황은 국제신문의 사정이 얼마나 다급하고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

국제신문 비상대책위원회가 일요법회가 열리는 27일 서울 강남구 능인선원 앞에서 대주주 능인선원과 이정섭 원장을 향해 국제신문 매각 및 경영정상화를 촉구하는 총력투쟁을 전개했다. 이날 상경 투쟁에는 신문 제작 필수 인력을 제외한 사실상 대부분이 참석했다. /김고은 기자


부도 위기가 현실화하고, 대주주와의 ‘강제 결별’을 통한 매각만이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되는 엄중한 시국에, 하송이 지부장은 기꺼이 노조 깃발을 넘겨받았다. ‘누가 나설까?’ 싶을 때 놀랍게도 두 후보가 손을 들었고, 10년 만에 경선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하 지부장은 70%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이날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은 하 지부장을 비롯한 새 집행부의 ‘헌신’을 높이 사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데 정작 하 지부장은 “(연차가 많아) 언제 노조원 자격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회사를 위한 일을 해야겠다 생각했다”고 덤덤히 말했다. 하 지부장은 2005년 국제신문에 입사해 디지털콘텐츠팀장, 기획탐사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기자협회 국제신문지회장과 부산기자협회장 등을 지냈다.


지부장 취임과 함께 회사의 운명이 그의 손에 맡겨졌다. 하 지부장은 국제신문 전 사원이 뜻을 모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노측을 대표해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비대위 주도로 회사를 살릴 방법을 찾고 있다. 대주주 능인선원이 투자와 매각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비대위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매각에 나서는 것뿐이다. 하 지부장은 “지금까지는 팔라고만 얘기했는데 안 파니까 강제로 팔게 할 수밖에 없다”며 “그 일환으로 기업회생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금을 못 받아 소송 중인 퇴직자와 지난달 추석 상여를 받지 못한 직원 등 채권자 자격이 있는 이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 채권단을 모집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이다.

하송이 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장.

하 지부장은 “이때까지 매각 의사가 없어서 매각이 안 된 게 아니다.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안 팔린 가장 큰 이유가 100원짜리를 자꾸 500원에 팔려고 해서였다. 경영실패로 우리 회사의 가치가 이만큼 떨어졌는데 자신이 투자했다고 주장하는 금액을 받아가겠다고 하니 팔리지 않은 거다”라고 말했다.


능인선원과의 18년 “악연”을 잘라내고 새 주인을 찾는 여정이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 지부장은 “뭐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제신문엔 수백억 빚과 사람밖에 남은 게 없다. 하지만 사람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면서 “구성원들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77년 역사의 국제신문을 바로 세울 그 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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