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도 뉴스레터도 하라는데… 왜 돈은 더 안줘요?

[심층기획] 언론사 디지털 전환 10년, 보상체계는 제자리걸음

국내 언론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본격 착수한 지 약 10년. 언론 전반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여기엔 기자들의 노동이 수반됐다. 정확히는 ‘추가’된 노동, 그러니까 늘어난 업무량이 있었다. 신문기사, 방송 리포트를 맡은 일선 기자들에게 온라인 기사는 당연해졌다. 최근 몇 년 새엔 유튜브나 뉴스레터, 연재는 물론 로그인·유료 콘텐츠까지 요구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업무환경 변화에 발맞춰 기자들에 대한 디지털 보상체계도 충분히 달라진 걸까. 기자협회보가 15개 신문·방송사의 디지털 보상체계를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 언론 전반의 인센티브 제도에서 명확한 한계가 엿보였다. 기자들의 실행을 통해서만 실현되는 디지털 전환의 지속가능한 추진을 위해 언론계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일 늘고 보상 그대로”, “동기 없어”... 중앙·한경 기자들 아우성

국내 언론의 디지털 전환에서 중앙일보는 지속 거론돼 온 매체다. 반면 높은 ‘혁신 피로도’, 부족한 보상으로 원성도 큰 곳이다. 2014년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공개 후 본격 디지털 전환에 나서며 중앙일보는 2022년 유료 플랫폼 ‘더중앙플러스’를 출범했고, 이후 기자들은 지면·디지털·유료화 중 최소 두 분야 이상에 관여하며 현재 격무와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9월4일자 중앙노보에 따르면 ‘삼중고’의 현실에서 ‘플러스팀’(유료 기사 집중 부서) 기자들은 취재와 제작에 품이 더 드는 유료독자용 기사 마감을 위해 오후 7시 이후나 휴일 무급으로 일하는 상황이다. 플러스팀 중심 인력배치 가운데 ‘스트레이트 중심 부서’는 신문용 기획, 주말용 온라인기사를 요구받으며 업무가 늘었다.


매달 ‘특종’, ‘우수’ 콘텐츠에 시상하고 활발한 유통, 참신한 기법을 보인 ‘모바일콘텐트’, ‘크리에이티브’ 부문에 상을 주는 제도는 이어지고 있다. 유료화 후 ‘더중앙상’이 신설돼 더중앙플러스에 기여한 부서(팀), 기자에 사장 명의로 분기별 시상도 이뤄진다. 9월20일 사내 공지된 2분기 수상자는 증권부(‘머니랩’), 폴인팀(‘롱런의 기술’), P1팀(‘헬로!페어런츠’), IT사업부(‘팩플’), 김호정 문화부 기자(‘임윤찬 비하인드’)였다. 조직 내 성과평가 무게추는 유료독자(PU) 전환을 보는 쪽으로 기울었고, 기존 사내상은 기자 전반의 ‘상시적 업무증가’와 ‘보상 없음’을 상쇄하지 못하는 게 현재다.


이현 중앙일보·JTBC노조위원장은 해당 노보에서 “올해 가장 많이 들은 편집국 조합원 민원이 업무강도는 늘었는데 보상은 그대로라는 것”이라며 “직무수당과 법인카드 한도 등을 업무 강도에 맞게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콘텐츠를 통한 유료화 실험으로 주목받아온 한국경제도 마찬가지다. 몇 년 새 ‘로그인 콘텐츠’가 강조되며 기자 코너·연재가 잇따랐지만 보상이 없었다. 취재기자에게 신문 제작과 별도 노력을 요구했지만 뉴스레터 발행, 유튜브 출연 시 별도 인센티브, 출연료도 여전히 없다. 최근 ‘부서별 플랫폼화’를 추진하며 9·10월 정치부에선 ‘입법 익스플로러’(투자종목 관련 법안정보 플랫폼), 사회부에선 ‘로앤비즈’(법조·로펌 전문 미디어)를 론칭했고, 앞서 세종시에 녹화 및 유튜브 생중계가 가능한 스튜디오를 오픈(8월)하기도 했다.


기존 경제부의 ‘집코노미’(부동산)와 더불어 상당 기자들에게 추가 부담이 지워졌지만 인센티브는 없었다. 한국경제 한 기자는 “신문을 만들며 이런 일 하는 걸 회사는 당연하게 보고 있다. 기자 개인의 만족감 말곤 현재 지속할 동기가 없다. 이미 상당수는 ‘이거 그만하고 싶다’고 하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내 언론 디지털 보상 현황은?... ‘사내 기자상, 온라인 기사 중심’

국내 주요 언론의 디지털 포상은 기존 사내(기자)상에 ‘디지털 부문’을 추가하고, ‘온라인 기사’의 PV(조회수) 등에 기초해 주는 형태가 가장 보편적이다. 매주 국장단이 주말용 기사 중 3편을 선정하고 각 10만원을 주는 세계일보, 온라인부서와 편집국 기자를 구분해 상을 주는 서울신문, 분기별 편집국 시상 시 ‘디지털 부문’에도 상을 주는 문화일보가 대표적이다.


PV 중심 시상, 특정 부서 쏠림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 기준을 바꾼 사례도 나온다. 국민일보는 매달 온라인과 신문 부문을 나눠 PV 순으로 1~5위에 최대 상금 50만원, 부서별 1위에 15만원을 지급해왔는데 최근 규정을 개정했다. 이 틀은 유지하되 ‘온라인 온리상’을 신설, 지면에 안 실린 ‘20만 PV’ 이상 온라인 기사에 건당 5만원을 지급한다. 특히 PV 집계 시 단순 조회수가 아니라 ‘심층취재’, ‘여론환기’, ‘기독교 가치 전파’ 시 가점, ‘SNS 의존 및 미확인 기사’는 페널티를 주는 식으로 카운트한다.


한겨레도 디지털 포상에 정성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회사가 매달 시상하는 디지털 3개 부문 상과 별도로 2주마다 뉴스룸국이 주는 ‘디지털 콘텐츠상’(1편, 20만원)은 양대 포털 PV를 기준으로 주지만 ‘디지털특별상’(4편, 각 10만원)은 자사 사이트 열독률을 토대로 20~30개 기사를 추린 후 심사위원 4인이 수상작을 정한다. 2주마다 5편을 골라 ‘디지털 콘텐츠상’을 주는 경향신문도 지면에 안 들어간 온라인 콘텐츠에 가산점을 주고 PV는 물론 ‘회사 브랜드 기여’ 등까지 고려해 정하는 방식이다.


사내상을 통한 포상엔 온도차가 존재한다. MBC엔 디지털 전용 포상항목이 없다. KBS는 월별로 주는 사내상이 있지만 “디지털 항목이 있는 정도”란 평이 다수다. SBS는 특종상, 기획상과 별개로 ‘디지털뉴스상’을 주지만 분기별로 수여한다. 사별 디지털 전환 방향에 따라 사내상 외 보상체계에 대한 고민도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한겨레는 올해 디지털 편성표를 도입하고 ‘로그인 월’ 콘텐츠 등을 배치했는데 참여 기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고민 중이다.


김수헌 한겨레 디지털부국장은 “올 초부터 시행한 ‘오늘의 스페셜’의 경우 외부기고로 꾸리는 콘텐츠엔 원고료를 주지만 내부 기자들에겐 주는 게 없는 상황”이라며 “최근 토요판 신문을 없애기로 하며 금요일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데 어떻게 바꾸고, 또 ‘스페셜’을 강화할지, 포상체계 설계가 필요하진 않은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보상 없는 뉴스레터, 유튜브, 로그인 콘텐츠 참여... 변화는 진행 중

문제는 온라인 기사 성과 중심의 현 언론사 사내상이 새로운 디지털 시도에 대한 평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자사 플랫폼 강화, 충성독자 유입, 브랜딩 맥락에서 취재기자들은 뉴스레터, 유튜브, 로그인 콘텐츠 등을 추가로 요구받았지만 관련 보상체계는 없거나 미진한 형국이다. 당장 성과를 못 내도 회사 디지털 전환에서 유의미한 시도가 권장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원고료나 출연료를 기자에게 지급하는 언론이 있다. 지난해 디지털 편성표를 도입하고 취재기자들의 자율 의사에 따라 MK위클리연재 코너를 운영 중인 매일경제는 디지털 기사 전반에 대한 상과 별도로 연재 건당 5만원 원고료를 지급한다. SBS도 기자가 ‘취재파일’ 같은 온라인 기사를 썼을 때 원고료를 주고 있다. 뉴스레터, 유튜브 전담 부서를 둔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유튜브에 출연한 취재기자에게 출연료를 준다. 지난해 로그인 전용 콘텐츠를 도입한 경향신문은 ‘칸업’ 콘텐츠 작성 기자에게 건당 일정 금액도 제공한다.


MBC는 뉴스룸(보도국) 기자들의 디지털 기사 작성에 보상을 주고 있다. MBC 관계자는 “디지털 전용기사 작성 시 조회수와 상관없이 1만원, 롱폼 기사일 경우 조회수에 따라 1건당 최대 10만원까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며 “월별 지급하는 인센티브 상한액을 2022년 하반기 없애고 디지털 기사를 독려하고 있다. 디지털뉴스룸 차원에서 별도 예산을 책정하고 뉴스룸 기자들에게 지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선출고, 디지털 오리지널 기사에 매달 ‘디지털 특종상’, ‘디지털 트래픽상’을 주는 조선일보도 나아간 보상체계를 지닌 곳이다. 스타트업을 다루는 사내 유일한 유료 뉴스레터 ‘쫌아는 기자들’(월 6900원)을 담당하는 기자들에게 수익 일부를 주고 있다. 신문제작과 뉴스레터 발행을 병행하며 해당 기자들은 매달 월급 외 100만원 이상 수익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독자 수, 오픈율, 연재 횟수를 기준으로 분기별 1개 뉴스레터를 선정, 최대 50만원의 상금도 지급한다. 유튜브 출연 시 진행 담당, 일회적 출연에 따라 차등을 두고 출연료도 주고 있다.

기자 참여 유도하는 동아일보·한국일보 보상체계

동아일보는 지난해 초 디지털 편성표 도입과 맞물려 디지털에만 7개 항목을 둔 인센티브 제도 개편을 시행했다. 편성 및 보상위원회가 성과와 영향력, 새 시도 여부를 종합평가해 매달 선정하는 ‘디지털 프런티어’상(상금 100만원)이 대표적이다. 이는 타사와 견줘 통상적인 방식인 만큼 성과평가에 앞서 참여 자체에 지원하는 나머지 부문을 특히 참고할 만하다.


예컨대 동아일보 인센티브 제도는 기자 코너가 ‘편성표에 포함됐을 때’ 건당 10만원, 개인 또는 부·팀이 비정기 제작하는 ‘온라인스페셜’ 건당 5만원을 지급한다. ‘얼리버드’(평일 오전 8매 이상 또는 주말) 건당 3만원, ‘온라인 단독’(온라인 선출고 단독) 건당 5만원, ‘뉴스 동영상’(기사·콘텐츠 관련 영상) 건당 3만원, CD수당(지면제작 인력 중 유튜브 오리지널 제작자) 월 10만원 등처럼 최소 요건을 충족하면 포상한다. 각 부문은 기본 금액 외 주요 포털 조회수, 로그인 수 지표를 종합해 ‘성과’에 대한 금액을 추가 지급한다. 애초 이 금액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현재 5만~2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지난해부터 기자 참여유도를 위한 디지털 보상체계를 운영해 온 한국일보는 4분기부터 더욱 강화된 디지털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 중이다. 매달 시상하는 사내상에서 기존 특종 보도에 줬던 ‘우수기자상’과 별개로 디지털에만 ‘독자유입우수기자상’, ‘독자참여우수기자상’, ‘공감뉴스상’ 등 3개 부문을 마련한다. 단순 조회수가 아닌 회사 디지털 전략에 맞춰 디지털 포상을 세분화했다.


참여 기자들에 대한 지원액도 늘린다. 사내 공모, 구성원 제안을 거쳐 뉴스룸국장 승인을 얻어 정기적으로 6개월 이상 했을 때 분기당 최대 200만원(기존 100만원)의 현금성 복지포인트를 제공한다. 소속부서에 상관없이 “본업에 부가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에게 “새로운 시도(도전)를 장려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 및 구성원 동기부여”를 한다는 목적이다.


언론의 디지털 전환은 ‘기자를 쥐어짜거나’ ‘기존 사내상에 분야 하나를 추가하는’ 차원에서 이뤄졌고 업무량 조정, 적당한 보상, 동기부여 같은 노무 차원의 고민이 부재했던 여건에서 진행된 게 현실이다. 기자 개인의 만족감, 자부심 등에 기반한 그간 콘텐츠 제작, 디지털 시도가 언제까지 가능할지 미지수다. 박병률 경향신문 콘텐츠랩부문장은 “장기적으론 지면보다 온라인 중심이 되겠지만 그때까진 마중물로 보상체계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시도나 성과에 비례해 보상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면서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온라인 전용만 과도하게 우대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다. 자칫 단독이나 특종 등 언론 본연의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는데 접점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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