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술판'보도 대응 갈수록 태산

이번엔 명예훼손 고소 ··· 전단 뿌리고 정보과 형사들 전화 홍보도

전북 경찰이 경찰서 상황실 술판을 보도한 전주mbc 정진오 기자를 이런 저런 명목으로 잇달아 고소하면서 관공서와 시민단체에 홍보 문건을 뿌리고 심지어 언론학 교수들에게 정보과 형사들이 전화를 하는 등 한 기자를 상대로 전 경찰이 총력전을 펼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당시 상황실 경비 경찰관 2명이 정 기자를 현주건조물 침입 등 혐의로 지난 2일 전북경찰청에 고소한데 이어 상황실 안에 있던 경찰관 7명이 "술은 따라만 놓았을 뿐 마시지도 않았는데 정 기자가 '술판'이라고 표현했다"며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전주경찰청에 고소했다.



또 첫 고소가 있은 다음부터 '공정한 방송 보도를 촉구하는 전주북부경찰서 경찰관들의 모임'이란 명의의 문건이 전주 시내 관공서와 시민단체들에 뿌려졌다. 이 문건은 정 기자가 개인 감정 차원에서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였다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지난 10일에는 전북언론학회(회장 권혁남 전북대 교수)가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가지려고 하자 정보과 형사들이 교수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용백 전북경찰청장은 6일 시민단체에서 비난성명을 발표하자 "정체가 모호한 시민단체를 동원해 논평과 성명을 발표하게 하는 것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이나 하는 일", "언론이 공동으로 대응하면 공동으로 망할 것" 등의 발언을 해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청장은 17일 전북기자협회(회장 김은태)의 면담도 거부하였다.



한편 정 기자는 시내에 배포된 문건이 전주북부경찰서 수사과 최모 과장 등의 지시로 작성, 배포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15일 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소했다.



전북지역의 기자들은 이번 일을 '경찰이 조직적으로 언론의 취재활동을 압박하는 행위'로 보고 있다. 특히 '현주건조물 무단침입' 혐의의 고소에 대해 한 기자는 "경찰서 내에서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된 곳은 기자실과 공보관실 그리고 화장실 뿐"이라며 "만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기자들은 경찰의 임의로 취사선택한 정보만을 보도하는 그야말로 '타자수'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남 전북언론학회장은 "전북 언론이 유종근 지사 관련 사건 때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약한 모습을 보이다가 유독 경찰관련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옳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나언론자유가침해되서는 안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언론법 전공)는 "이번 사태는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정부기관에서 기자의 취재 활동을 법적으로 고소하는 것은 민주사회의 기본정신에 어긋난다. 기본적으로 공직자에게 명예란 없다. 사생활이 침해당했다면 다르지만 공적 업무수행 과정의 잘못은 당연히 노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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