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연임 도전, KBS 내부선 반대 확산… 국감서도 '박민 성토'

“KBS 3대 노조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모든 노조에서 박민 사장을 반대하고 있다. 일부 간부들 빼고는 박민 사장에 대해 아무도 인정을 안 한다는 것.”(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술본부 팀장 53명이 보직 사퇴했다. 대개 보수정권이 들어서 보수적 사장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기술직군은 우호적이었는데 이런 일은 처음 봤다.”(최민희 민주당 의원)

“자신이 임명한 핵심 측근들마저 불과 10달 만에 박민 사장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차기 사장) 도전장을 냈다. 내부 신뢰도도 거의 바닥인 것.”(박민규 민주당 의원)

14일 박민 KBS 사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차기 KBS 사장에 지원한 박민 사장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뉴시스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선 구성원 대상 박민 사장 신임 투표, 팀장단 집단 보직 사퇴 사태 등을 놓고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경영실패, 보도 편향성 문제 등으로 KBS 구성원 대다수가 반대하는데도 박민 사장이 또 다시 차기 사장에 지원했다는 문제제기였다.

박민 사장의 연임 시도에 맞물려 KBS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직종을 불문하고 확산하고 있다. KBS 기자협회는 11일 성명을 내어 박민 사장을 비롯해 KBS 차기 사장에 지원한 박장범 뉴스9 앵커와 김성진 방송뉴스주간의 보도 공정성·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지적하며 지원자 자진 사퇴와 사장 재공모를 촉구했다.

특히 박 사장에 대해 KBS 기자협회는 “지난 1년간 용산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이어 “세월호 프로그램 불방, 극우 유튜버의 시사프로그램 진행, 막무가내식 뉴스앵커 교체와 조직개편 등 내로남불식 언행은 넘치고도 남는다”며 “그 사이 프로그램 경쟁력도, 뉴스의 경쟁력도, 회사의 재정상황도 뭐 하나 바닥이 아닌 것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KBS 기자협회가 8월28일부터 9월1일까지 KBS 기자 4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참여율 64.4%)에선 응답자의 91%가 ‘자사 보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답한 바 있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14일 KBS 국정감사에서도 보도 공정성 문제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나왔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최근 불거진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의혹이 처음 제기된 9월5일부터 종편 4사도 관련 보도를 했는데 KBS는 의혹이 나온 지 21일이 지난 후에야 첫 보도를 했다”며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제기부터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가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26일간 지상파(KBS 제외)와 종편4사 저녁 종합뉴스가 보도된 건수는 모두 12.9건이지만, KBS는 고작 1.5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왜 보도를 하지 않았느냐’는 황 의원의 질의에 박민 사장은 “제가 취임할 때 확인하지 않은 의혹은 보도하지 말도록 했다. 정확한 근거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보도하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답했다.

8일 기술본부 및 제작기술센터 팀장 53명은 박민 사장이 추진한 조직개편 시행에 반발해 보직 사퇴를 했다. 앞서 2일엔 제작1본부 팀장 16명도 기명 성명을 내어 같은 이유로 보직 사퇴한 바 있다. 각각 본부 전체 팀장 인원의 75%에 해당하는 대규모 집단 보직 사퇴 사태다.

‘시사교양국 사실상 해체·시사 프로그램 보도본부로 이관’ ‘기술본부 부서 통폐합’ 등을 골자로 한 이번 사측의 조직개편 추진 과정에선 기술·PD 직군의 반발이 어느 때보다 거셌다. 기술본부 팀장 53명은 보직 사퇴 성명에서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논의의 장과 명확한 직무분석 없는 단순 통합방식으로 방송기술의 경쟁력을 도태시키는 조직개편이 강행됐다”고 지적했고, 제작1본부 팀장단은 “우리는 더 이상 묵묵히 침묵하지 않겠다. 제작진과 함께 KBS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BS 구성원 대상 투표 등에서도 박민 사장 연임 반대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7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이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각각 92%·89% 찬성 가결되며 파업 동력이 생겼다. 또 9월4일엔 같이노조가 실시한 박민 사장 신임 투표에서 구성원 93.8%가 연임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14일 국정감사에서 쟁의행위 투표 결과에 대해 “KBS본부, KBS노동조합 투표 결과를 합치면 3000명 가까이 구성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찬성은 2000명 넘는다고 보고 있다”며 “같이노조 같은 경우 300여명이 박민 사장 연임에 반대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투표율과 찬성률이 높은 경우가 역대 있었느냐’는 질의엔 박 본부장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이훈기 의원은 “모든 구성원이 반대하고 있는데 무슨 힘으로 KBS를 운영하고, KBS를 어떻게 이끌어 갈 수 있겠느냐”고 묻자 박민 사장은 “본부노조(KBS본부) 쟁의와 관련해 (찬성) 92%가 나왔는데 이게 1600명 정도 된다. KBS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4500명이다. (전체에서) 36% 정도 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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