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작1본부 팀장 16명이 2일 보직 사퇴하기로 했다. 제작1본부 전체 팀장의 7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박민 KBS 사장 임기 종료 두 달 여 앞둔 상황, 사측이 KBS 구성원 전반이 반대하고 있는 조직개편을 강행해서다. 지난 7월 사측의 조직개편 추진 당시부터 이들 팀장단은 기명 성명을 내어 조직개편을 강행할 시 보직을 사퇴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바 있다.
이날 KBS 제작1본부 팀장 16명은 사내게시판에 기명 성명문을 게시해 “이번 조직개편은 KBS의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심각하게 위협하며, 시사교양프로그램의 경쟁력과 제작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정”이라며 “제작1본부 팀장단은 결의한 대로, 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9월25일 KBS 이사회가 여권 이사들 단독으로 박민 사장이 제출한 조직개편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사측은 11월 조직개편을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측이 노조에 알린 조직개편안은 제작1본부를 사장 직속 ‘교양다큐센터’로, 제작1본부 아래 시사교양1·2국을 ‘교양다큐국’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다. 또 제작1본부에서 제작하고 있는 ‘추적60분’ 등 시사 프로그램을 보도본부로 이관한다고 통보했다. 이 같은 사측의 시도에 “PD들의 저널리즘 역량을 박탈하고,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아이템을 사전에 검열하려는 의도”라는 구성원의 비판이 나온 바 있다.
KBS 제작1본부 팀장단은 성명에서 “우리는 구성원들의 우려와 요구를 무시한 채 교양다큐센터로의 축소와 시사프로그램 보도본부 이관을 밀어붙인 경영진의 결정에 참담함을 느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개편으로 인해, 그동안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크게 축소되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작진이 피 땀 눈물로 지켜왔던 KBS 콘텐츠 경쟁력과 프로그램의 공익성을 크게 저버리는 결정이며, 공영방송의 본질을 흔들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묵묵히 침묵하지 않겠다. 제작진과 함께 KBS 프로그램의 경쟁력과 공적 기능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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