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장 후보가 최기억 연합인포맥스 대표이사, 추승호 연합뉴스TV 상무 겸 보도본부장, 황대일 연합뉴스 선임기자 등 3인으로 압축된 가운데, 뉴스통신진흥회가 26일 오전부터 임시 이사회를 열고 최종 사장 후보자 선임 논의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는 25일 사장 지원자 12명을 대상으로 면접 등 심사를 진행한 뒤 후보 3명을 추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에 추천했다.
최기억 후보는 1990년 연합뉴스에 입사한 뒤 연합뉴스 자회사이자 금융경제 전문매체인 연합인포맥스에서 취재본부장, 전무 등을 거쳐 2021년부터 현재까지 대표이사로 재임 중이다.
추승호 후보는 1992년 연합뉴스에 입사, YTN 개국 뒤 파견 근무를 하다가 다시 연합뉴스로 돌아와 편집국 부국장 등을 거쳤고, 2021년부터 연합뉴스TV 상무 겸 보도본부장으로 일했다.
황대일 후보는 1990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법조팀장, 경제부장, 콘텐츠총괄본부장 등을 지냈다. 전임 박노황 사장 시절 보도 책임자로서 공정 보도 훼손을 주도한 이유 등으로 2018년 정직 6개월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에서 부당징계가 인정돼 2021년 징계가 취소됐다.
이들 3인이 사장 후보로 결정되자 연합뉴스 노조는 ‘이러자고 사추위 구성을 그토록 요구했나’라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연합뉴스지부는 26일 성명을 내고 “대놓고 공정보도 파괴, 노사 관계 파탄을 예고하는 후보자가 포함됐다는 데서 경악을 느낀다”고 밝혔다.
먼저 황대일 후보를 겨냥,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박노황 경영진 시절, 최악의 공정보도 훼손의 주역”이라고 비판했다. “극우 보수 시민단체에 가담해 그 인터넷 기관지에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점도 꼬집었다.
황 후보는 언론사 보수 성향 노조 등이 참여한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올 초 창간한 자칭 ‘미디어 감시 전문매체’ 미디어X에서 기명 칼럼을 써왔다. 현재 이 칼럼들은 사이트에서 삭제된 상태인데, 지난 5월 미디어X가 보도한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홍범도 관련 역사도 왜곡> 기사를 보면 황 후보가 “홍범도 장군이 자유시 참변 당시 독립군 집단 학살 세력에 가담하고 소련의 한인 강제 이주에 협력한 사실을 숨기려고 역사를 왜곡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러한 주장은 김정숙 씨의 타지마할 여행을 ‘영부인 첫 단독외교’라고 둔갑시키는 것보다 더한 거짓이다”라고 비판한 코멘트가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지부는 “(황 후보는) 7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웬일인지 사장 지원을 코앞에 두고 전 노조위원장을 허무맹랑한 사유로 고소하는 방식으로 노조 탄압의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면서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혹시 아프리카에 흩어진 이산가족을 찾는 사추위원이라도 있나”라고 했다. 황 후보가 직무수행(경영)계획서에서 주요 공약으로 아프리카 이산가족 찾아주기 ‘우분트 프로젝트’를 내세운 걸 꼬집은 것이다.
노조는 또 추승호 후보의 ‘편집총국장 임명동의제 재검토’ 공약에 대해 “공정보도의 최후 보루인 편집총국장제도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가 인사평가제를 올 12월부터 즉시 시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세밀한 검증을 거쳐 조심스럽게 도입해야 할 인사평가제도를 무턱대고 올해부터 들여놓겠다고 한다”면서 “모두 노조와의 한바탕 싸움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노조는 “추천된 세 후보 모두 구독료를 어떻게 복원할지, 회사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는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정부구독료는 올해 50억원으로 최근 2년간 총액 278억원이 삭감됐으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증액 없이 50억원만이 반영됐다.
노조는 특히 “사추위원 중 친여권으로 분류되는 위원들이 특정 지원자에게 몰표를 줬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면서 “사장이 정권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조합은 모든 투쟁수단을 동원해 공정보도를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는 사장 후보 3인을 면접 심사한 뒤 최종 사장 후보자 1인을 선임할 예정이다. 최종 사장 후보자는 다음 달 열릴 연합뉴스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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