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미가요 일반관객 인지 어려워…일제 미화 의도 없다"

광복절 당일 나비부인 방영 비판 시청자청원 답변서 밝혀

광복절에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곡으로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해 비난을 산 KBS가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거듭 사과했다. KBS는 27일 시청자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나비부인 방영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 의견도 덧붙여 뒷말이 나온다.

KBS는 지난 15일 0시쯤 ‘KBS 중계석’을 통해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했다. 나비부인은 개항기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미군 장교와 일본인 게이샤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작품으로,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가 등장하고 일부 장면에선 일본 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된다. 방영 직후 KBS를 향해 ‘극우친일방송’이란 비난이 쏟아졌고, 시청자 청원 게시판은 비판 글로 도배됐다. KBS는 이 중 1만6933명의 동의를 얻은 ‘광복절에 기모노 방송 진짜 미친건가 싶습니다’란 제목의 청원에 27일 답변 글을 게시했다. KBS는 1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 글에 직접 답변을 하고 있다.

KBS가 KBS 중계석을 통해 지난 15일 방송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한 장면.

KBS는 먼저 “79주년 광복절인 지난 8월15일 일본의 기미가요 선율이 일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함으로써 시청자 여러분에게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방송 후 제작과 방송 경위, 편성 과정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비부인 편성·방송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며 KBS는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재차 밝혔다. KBS는 “이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가 결국 자식까지 빼앗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이런 내용의 오페라를 방영한 것이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푸치니는 당시의 일본 사회상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기미가요의 원곡을 변형해 사용했다”고 설명하며 “관련 전문가는 푸치니가 기미가요의 원곡을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해 사용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은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6월29일 예술의 전당에서 녹화한 나비부인이 8월15일 광복절에 방송된 경위에 대해선 올림픽 중계로 인해 순연된 것이란 기존의 설명을 반복했다. KBS 중계석의 경우 “KBS심의실의 사전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심의’로 분류”되는데,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제작해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을 앞두고 같은 제작 부서 및 편성 부서와 방송 내용에 대해 공유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KBS는 “특히 KBS 중계석은 그동안 나비부인을 이번 방송일 전에 이미 모두 4차례 방송한 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확인하지 못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3.1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및 추석 등 계기성 있는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전심의를 더욱 강화하고 내용을 더 자세히 살펴 시청자께서 불편함과 걱정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미가요가 연주된 것을 일반 관객은 인지하기 어렵다는 KBS 해명에 “기가 찬 답변”이라며 추가 청원이 올라오는 등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편, 광복절 당일 기미가요 송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기적의 시작’ 방송과 관련해 1000건 이상 동의를 얻어 KBS 답변을 기다리는 청원은 아직 30여건이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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