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정상화하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나

[방통위 파행 책임공방 2라운드]
"방통위원 추천" 민주당에... 국민의힘 "정치공작" 반발

5인 정원의 방송통신위원회가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된 지 오는 28일이면 만 1년이 된다. 그동안 2인 방통위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 여야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여왔는데, 국회 몫 방통위원을 추천해 방통위 운영을 정상화하자는 야당 쪽 제안에 이번엔 여당이 반발하면서 또다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불법적 방문진 이사 선임 등 방송장악 관련'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불출석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의 명패가 발언대 아래 놓여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추천 몫의 방통위원 선임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최소 9개월여 만에 방통위원 추천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최 의원은 국회 입성 전인 지난해 3월 과방위 야당 몫으로 방통위원에 추천됐으나 대통령실이 자격을 문제 삼으며 7개월 넘게 임명을 미루자 그해 11월 방통위원 후보자에서 사퇴했고, 이후 민주당도 방통위원 추천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방통위원은 위원장 포함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명 중 1명은 여당이, 2명은 야당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기다리고 있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역시 지난해 국민의힘 몫으로 방통위원에 추천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 7월 대통령 지명으로 위원장에 취임했다. 민주당은 지난 1년여 동안 합의제 기구 취지에 어긋나는 2인 위원회 의결의 위법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비판해왔고, 반대로 국민의힘은 2인 체제를 방치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비판해왔다. 이진숙 위원장도 후보자 시절 “민주당 추천 몫 2명이 공석으로 남아있다. 지금이라도 2명을 더 추천한다면 4명이 될 것이고, 그러면 국민의힘에서도 1명을 추천해 5인 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방통위 2인 의결의 위법성은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안의 주요 근거가 되기도 했는데, 탄핵소추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만 남은 방통위 또한 사실상 업무가 정지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상임위원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방통위는 여야 구도가 1대2가 되며, 국민의힘에서도 위원을 추천하면 2대2가 된다. 기존의 여당 우위 구도는 역전되지만, 결과적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기 때문에 방통위 업무 재개가 가능해진다.

국힘 “방통위 정상화 의지 진심이면 이진숙 탄핵부터 철회해야”

그러나 이번엔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방통위 정상화”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금 시점에 방통위원을 추천하겠다는 건 다른 “저의”가 있다는 것이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22일 “방통위를 4인 체제로 만들어 아예 의결할 수 없도록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방통위 정상화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이진숙 위원장 탄핵소추부터 철회하는 것이 순리”라고 주장했다.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도 전날 “민주당의 뒤늦은 방통위원 추천 호들갑은 또 다른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 몫의 방통위원 2명이 임명된다고 하더라도 방통위는 정상화되지 않는다”면서 “위원장을 탄핵해 놓고 방통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날을 세웠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한 발 더 나가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방통위원 추천은 현재 진행 중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가처분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라며 “또 다른 정치공작이자 재판 개입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 “방통위원 추천하라더니 방송장악 걸림돌 되니 말 바꿔”

이에 민주당은 “작작하라”고 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진숙-김태규 두 방통위원이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엉망으로 진행해서 재판까지 열리게 되었는데, 그것이 민주당의 방통위원 추천이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반박하며 “후보자 추천이 정치공작이라면 이를 요구해온 국민의힘이 배후”라고 했다.

경기도 과천에 있는 방통위 청사. /김고은 기자

이어 “추경호 원내대표의 ‘정치공작’ 발언으로 분명해졌다. 국민의힘은 애당초 민주당의 방통위원 후보자 추천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해괴하고 위법한 ‘2인 체제’, 그것도 대통령 추천 몫 2명으로 북치고 장구치는 이 구조가 더없이 편리했”고 “그저 ‘2인 체제’의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호도하기 위해 ‘추천하라’는 녹음기를 틀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도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까지 2인 체제 방통위를 방송장악의 도구로 잘 써왔는데 갑자기 구도가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다급해진 것”이라며 “야당 추천 2인이 방송장악에 걸림돌이 될 테니 이진숙 탄핵 기각이라는 희망을 조용히 불태우면서 그때까지 막아보자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월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직인이 선명한 방통위 상임위원 추천 의뢰 공문이 국회로 수신됐다”면서 “민주당은 그 공문이 요청하는 바에 따라서 방통위원을 추천해서 위법적인 2인 체제를 바로잡고 방통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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