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공영방송! 지키자 MBC!”
21일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시민문화제 ‘힘내라 공영방송, 지키자 MBC’의 열기는 뜨거웠다. 간혹 빗방울이 떨어지는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자리를 지킨 1000여명의 시민들은 MBC와 KBS, YTN, TBS, EBS 등을 향해 힘내라며 우리가 공영방송을 지키겠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시민문화제에 참석한 이호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은 “비가 안 와서 편하게 문화제를 보고 계시지만 여기에 오실 땐 비를 막겠다는 각오로 오셨을 것 아니냐”며 “저는 그 마음 하나하나가 정말 너무도 감사하다.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발걸음이 MBC를 지켜내는 싸움에 큰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장악에 맞서는 싸움, 공영방송을 지켜내는 싸움은 좌우의 이념 대립도, 정파 간의 대립도 아닌 상식과 몰상식, 진실과 거짓, 정의와 부정의의 대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는 결코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법원에서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자리를 빌어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민주주의, 상식, 정의가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 보여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 안하무인 정권이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경종을 울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상현 언론노조 KBS본부장도 “저는 정말 지금과 같은 KBS에 다니고 싶지 않았다”며 “공영방송 KBS라고 하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눈물도 닦아주고,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공영방송이길 원했다. 하지만 지금 KBS는 윤석열이 나오고, 또 윤석열이 나오는, 그런데 김건희와 채상병 특검법은 보이지 않는 방송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민 KBS 사장을 끌어내리기 위해 언론노조 KBS본부가 열심히 투쟁하고 있고, KBS 직원들도 힘을 모으고 있다”며 “오늘만 하더라도 입사 이후 한 번도 조합에 가입해본 적 없는 후배가 언론노조 KBS본부에 가입하겠다며 가입서를 내고 갔다. 응원해 달라. 시민 여러분께서 응원해 주시면 저희들은 안에서 열심히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문화제에선 고 이용마 MBC 기자의 5주기를 기리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용마 기자의 부인 김수영씨는 “2017년 광화문 범국민대회 장면이 아까 화면에 나왔는데 그때 아이들과 같이 왔다. 그 아이들이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됐다”며 “많은 세월이 지나 이용마 기자를 대신해 나왔다. 여기에 나오게 된 사실 자체는 굉장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은 어쩌면 유일하게 자본의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언론기관이다. 그래서 공영방송을 지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며 “저는 기자님들이 그리고 PD님들이, 많은 제작진들이 웃으며 행복한 표정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많은 MBC 구성원들 힘드시겠지만 좀 더 애쓰면서 미래를 위한 MBC를 잘 지켜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시민문화제엔 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 50여명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문화제에 참석한 유형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현 정부에서 방송장악은 전혀 없으며 뉴라이트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다”며 “특히 이태원 참사 폄훼 발언은 저로서는 정말 참기 힘들었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오히려 언론의 책임으로 돌리는 발언은 참사를 호도하고 지우려 하는 부정적 발상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을 좀 먹고, 나라를 썩게 만드는 이 사람들을 더 활개 치기 전에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고 이용마 기자님이 끈질기게 외쳤던 소망, 그 정신을 이어받아 구호 한 번 외치겠다. 세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한편 시민문화제에선 가수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씨와 전교조전국노래패연합, 진보대학생넷, 평화의나무합창단이 공연을 펼치며 흥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진보대학생넷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소윤씨는 “저는 방송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와 소외된 사람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다”며 “그런 꿈을 가진 대학생으로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떳떳하게 그 자리에 계속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다. 또 광복절 KBS에서 기미가요와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논란이 있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소윤씨는 “정부가 MBC마저 장악하려는 것을 국민들이, 방송업계 후배들이, 또 저 같은 꿈을 가진 미래 세대들이 가만히 두고 볼 순 없다”며 “저는 공영방송이 정치권의 개입에 이리저리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4법을 통해 권력으로부터 공영방송을 독립시키고, 국민의 방송을 지키고자 하는 많은 분들과 계속해서 연대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