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절 경축식이 국회의 절반 이상과 독립운동단체가 불참한 가운데 ‘반쪽’으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통일 독트린’을 선언했는데, 보수 언론에서도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16일 전국 단위 종합일간지 대부분은 둘로 쪼개진 광복절 기념행사 사진을 1면에 실었다. 서울신문과 조선일보는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 사진만 1면에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5일 정부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과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가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따로 연 기념식 사진을 나란히 실으며 “분열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2면에 광복회 주최 기념식 사진과 광화문 등 거리에서 열린 “정치 성향별로 갈라진 집회” 사진을 <기념식도 정치권도 독립유공자 후손도 ‘두쪽’> 제하의 기사로 보도했다. 조선은 사설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등) 인사 논란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다 사태를 더욱 키웠다”고 꼬집으면서도 “해방된 지 8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친일’ 프레임이 판치는 현실은 참담하다”며 민주당 등을 향해 “있지도 않은 친일파 몰이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만 존재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갈라진 광복절”의 책임을 광복회와 야당 등에게만 물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실체도 없는 건국절을 거론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킨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야당이 ‘내선일체’나 ‘친일매국’ 같은 극언을 남발하며 경축식을 외면한 것도 기회만 있으면 정부를 흠집 내려는 ‘반목의 DNA’가 아니고는 설명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공세적 통일론” VS “북한 동포들에 희망의 메시지”
신문들은 이른바 ‘자유의 확장’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도 1면 기사와 함께 사설 등으로 비중 있게 보도했다. “자유가 북녘땅으로 확장돼 남북이 통일될 때 진정한 광복과 건국이 완성된다”며 경축사 대부분을 할애한 윤 대통령의 ‘통일 담론’에 대해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한일 관계를 거의 생략하고 통일의 원대한 구상에 비중을 둔 점이 특징”이라며 사실상 무비판적으로 전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이번 통일 독트린이 자유가 박탈되고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썼다.
그러나 다수 신문은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공세적 통일론”으로 총평하고 사설에서도 “북한 입장에선 대화의 진정성까지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의 통일 담론도 공허한 선언으로 끝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북한 정권 붕괴론에 기초한 흡수통일 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를 전한 뒤 “‘자유 통일’이라는 이념적 선명성에 집중하다 보니 우리 정부의 현실적인 대화 상대여야 할 북한 정권의 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략은 사실상 전무했다”면서 “이번 대화 제안도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일회성 이벤트용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실효성 등을 직접 언급하는 대신 “북의 내부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고선 통일에 한 발짝도 다가갈 수 없다”며 “북 정권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면서 아래로부터 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 책임 언급 없는 대통령 경축사…“분열 부추겨”
이날 대통령이 일본(일제)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여러 언론이 지적했다. 약 6000자에 달하는 경축사에서 일본을 언급한 건 단 두 번뿐인데, 그마저도 침략 등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아니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광복절은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행사다. 그러나 윤 대통령 연설에서 독립운동가에 대한 헌사도, 일본의 그릇된 과거사 인식이나 굴욕외교에 대한 언급과 성찰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언제까지 과거에 머무를 순 없지만 일본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않는 건 국민정서상 수용이 어렵다”면서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가 경축식에 불참하고 자체 기념식을 연 단초가 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역대 대통령들의 경축사에 빠지지 않았던 일본의 역사적 책임”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야당과 비판 세력 등을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으로 몰아세운 점을 꼬집으며 “윤 대통령이 이처럼 통합의 길을 제시하기는커녕 분열만 부추기는 한 국가지도자 자격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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