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언론계 현 주소 단면

현장 나가는 스포츠 기자 줄어
TV·OTT로 경기 보며 기사 작성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네이버 스포츠 섹션의 기사를 보다 보면 기자 바이라인 아래에 파란색 글씨로 쓰인 이 문장을 만날 때가 있다. 모든 기사에 있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현장에서’ 쓰인 기사에서만 볼 수 있고, 그 수가 생각만큼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경기나 대회 현장에 가지 않고 쓰이는 스포츠 기사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네이버에 이 표기가 등장한 건 2018년 8월부터다. 현장 취재가 기사의 품질과 독자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판단에 따라 도입됐다. 경기를 직접 관전하거나 경기 전후 선수, 감독 등을 인터뷰해 기사를 쓴 기자가 현장 작성 여부를 등록하는 방식이다. 스포츠 섹션에만 해당하며, 사회 등 다른 섹션으로 분류된 스포츠 기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가 뉴스 알고리즘에서 ‘우대’받느냐는 질문에 네이버 관계자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답했다. 다만 “원하는 이용자층을 공략하면 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면서 “스포츠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니즈(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가 위르겐 클린스만 당시 축구대표팀 감독 거취를 논의하는 회의를 가진 뒤 연 언론 브리핑을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다. 이렇게 특정 이슈나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에는 기자들이 몰리지만 일반 스포츠 경기, 심지어 국가대표팀 A매치 경기에서도 예전만큼 취재기자들을 볼 수 없어졌다. /뉴시스

독자들은 현장성을 원한다지만, 정작 현장에 ‘나가는’ 기자들은 줄고 있다. 경기장이 아닌 집이나 사무실에서, ‘직관(직접관람)’ 대신 TV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경기를 보고 기사를 쓰는 일이 많아진 까닭이다.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우리 대표팀이 7대0으로 대승을 거둔 이날 경기를 현지 취재한 국내 매체는 다섯 곳 정도였다. 방송사는 KBS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축구 등 스포츠 전문 매체였다. 종이신문 기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선 진출을 가리는 최종 예선이 아닌 조별리그라 그렇다 쳐도 대표팀 경기는 웬만하면 동행 취재하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실이라고 스포츠 기자들은 입을 모았다.


결정적인 변화의 계기는 코로나19가 제공했다고, 스포츠지 A 기자는 말했다. “코로나 시기에 취재를 거의 못 가지 않았나. 한 번 겪고 보니 안 가도 별일 없구나, 싶어진 거다. 비용은 아끼면서 조회수는 그대로 나와주니 현장 취재가 위축되지 않았나 한다.”


해외 아닌 국내 출장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프로축구 K리그 경기를 직접 가서 보고 기사를 쓰면 왕복 이동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리고 비용도 든다. 게다가 K리그 기사는 조회수에 “별 도움도 안 된다.” 같은 시간 재택하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같은 해외축구 기사를 여러 개 쓰는 게 조회수나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A 기자는 “온라인 매체 중엔 해외축구 위주로 기사를 쓰면서 밖(경기장)에는 못 나가게 하는 곳도 있다”면서 “현장에 나가고 싶어도 회사 지침이 그러면 못 가니 본인이 쉬는 날에 자진해서 가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전보다 적은 인원으로 많은 종목을 챙겨야 하는 점도 현장과 멀어진 한 이유다. 특히 많은 경기가 열리는 주말엔 여러 현장을 챙기기가 쉽지 않다.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부 선임기자는 “우리 부서엔 기자가 4명 밖에 없다. 지면(스포츠면)이 1주일에 이틀 정도 빠지니까 지면 부담도 줄긴 줄었는데, 절대적인 기자 수가 많이 줄다 보니 기자들이 밖에 나가는 게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10대 종합지 중 유일하게 주중 하루(수요일)와 토요일 두 번 스포츠면을 내지 않는다. 김 기자는 “신문산업 전체가 위축돼 있고, 종합지에서도 스포츠가 핵심적이고 중요한 영역이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면서도 “다만 TV나 인터넷 등이 잘 돼 있어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다룰 수 있고 소스도 여러 개 있다”고 전했다.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선수 인터뷰 등을 영상이나 텍스트로 제공하는 곳들도 있어 기사를 쓰는 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역시 아쉬움은 남는다. 현장의 뒷이야기 등을 직접 기사로 풀어내지 못하고 뒤늦게 유튜브 영상 등으로 확인할 땐 아깝단 생각이 든다. 통신사 스포츠 담당 B 기자는 “축구 같은 경우 현장에 기자가 없으면 선수 인터뷰 영상 등을 제공해주고 기자가 (한 명이라도) 있으면 제공하지 않는 게 원칙인 거로 아는데, 전달을 받더라도 직접 듣고 교감하며 쓰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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